지난 기획/특집

기획보도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주, 교회 가르침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7-30 수정일 2019-07-30 발행일 2019-08-04 제 3156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핵심은 ‘인간 존엄’… 교회가 정착에 나서야
교회 가르침, 노동자 보호 언급
사람은 자본보다 귀하다 강조
올바른 직장 문화 정착 위해 관련 교육과 캠페인 진행 필요

‘인간 존엄’과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직장 공동체 실현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사장이든 선후배든 동료든 누구든지 직장에서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다른 노동자를 괴롭히는 게 금지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경우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노동 환경에 있어 꼭 필요한 법이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큰 발걸음이라는 환영 의견이 나온다. 명확한 폭행은 아니지만 교묘하고 끈질긴 정서적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노동자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법 규정의 한계를 지적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괴롭힘의 기준과 판단이 모호하며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회 안팎 전문가들은 직장 내에서 자행돼 온 괴롭힘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우리 사회의 인식과 직장 공동체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요한) 변호사는 “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 현장에서 인간의 존엄과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권리 주장을 넘어 그리스도인 신앙생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노동 환경을 개선해 나가려는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은 교회에서 말하는 ‘끊임없는 내적 회개’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으로 연결된다. 「간추린 사회교리」 42항에서는 “실제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능력과 그의 끊임없는 내적 회개가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또 53항에서는 “하느님 나라의 요구에 맞게 사회 관계들을 변화시키는 일은 단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맡겨진 과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교회 가르침의 핵심은 ‘인간 존엄’이다. 특히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게 하는 노동 현장’(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노동하는 인간」 24항)에서 노동자, 특히 약자인 ‘을’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함을 강조해 왔다.

「간추린 사회교리」 6장 ‘인간 노동’ 255~322항에서도 사람이 노동이나 자본보다 귀하며, 노동자는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누릴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교회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교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종교 기관에는 괴롭힘에 대한 고충 해결 시스템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종교 기관 특성상 근무 환경이 5인 미만의 소규모 집단으로 조성돼 있는 곳이 많고 여러 인적 관계가 얽혀 있어 어려움을 겪어도 문제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사 홍수경(제르트루다) 노무법인 더원인사노무컨설팅 강남사무소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신앙적으로 해결하면 피해자가 자책을 하게 되고 지나친 자책은 우울감으로 이어진다”면서 “실제적인 해결이 힘들 경우 신앙에 등을 돌리게 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교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올바른 직장 문화 정착을 위해 관련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교회공동체와 지도자들,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비롯한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교회 가르침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