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이주의 성인] 알폰소 로드리게스(Alphonsus Rodriguez) / (1533~1617, 10월 30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10-23 수정일 2018-10-23 발행일 2018-10-28 제 311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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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문지기로 일하며 기도·희생 실천

평생을 수도원의 문지기로 살며 겸손과 인내로 성덕을 실천했던 성인이다. 부유한 양모업자의 아들로 스페인의 세고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23세 때 가업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해 가세가 기운데다가 아내와 어린 두 아이까지 잃었다.

뜻하지 않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느님께 남은 삶을 바치기 위해 40세에 발렌시아의 예수회에 평신도 협조자로 받아들여달라고 청원했다. 사제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던 그는 마요르카섬의 몬테시온 대학에서 문지기 수사로서 남은 평생을 바쳤다.

한때 손꼽히는 거상으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그는 현관을 드나드는 사제와 수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 강복을 청하고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해야 했다. 때로는 무례한 태도와 언사로 모욕을 받았지만 그는 오히려 무례를 범하는 이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쳤다. 문을 드나들던 많은 이들은 문지기 수사의 깊은 신앙심과 하느님의 예지가 담긴 그의 짧은 말들에서 감동을 받고 앞 다퉈 그에게 교훈과 기도를 청했다.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놀라운 감성을 지니고 있던 그의 생애와 성덕에 대해서는 사후에 발견된 회고록과 영적 노트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1888년 레오 13세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