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광주 이주민지원센터 크리스티아노 신부, 인도네시아 말라워나 성당 건축 도움 호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9-04 수정일 2018-09-05 발행일 2018-09-09 제 311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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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기다려온 성전 건립의 꿈 이뤄주세요”
40년 넘은 공소 낡고 좁아 새 성당 짓기로 결의했지만
하루 먹고 살기도 버거워 부지만 마련한 채 제자리걸음

말라워나 공소의 어린이와 청년들이 건축 자재로 쓸 돌과 모래를 모으고 있다. 비아도 크리스티아노 신부 제공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마을이지만 아담하게라도 성당 하나 짓는게 고향 사람들의 오랜 꿈입니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 소속으로 광주대교구 이주민지원센터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는 비아도 크리스티아노 신부도 10년 전부터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한국에 온지 17년째,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아직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크리스티아노 신부는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향 마을 가톨릭신자들의 꿈을 전했다.

크리스티아노 신부의 고향인 인도네시아 말라워나에는 지금 750여 명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전체 주민 수가 4000명가량이니, 90% 가까이가 이슬람교도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꽤 높은 복음화율을 나타낸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엔데교구 자와키사본당도 10㎞ 이상 걸어가야 하는 탓에 신자들에게는 미사 참례가 항상 아쉽고 간절하다.

독일 선교사 한 분의 노력으로 1978년 작은 공소 건물을 지었지만 40년이 넘어간 나무 공소는 이제 낡고 삐걱거린다. 게다가 열심한 선교 노력으로 몇 배 불어난 신자들이 함께 공소예절을 하기에 비좁기도 하다.

마을 원로들이 모여서 성당 건축을 결의한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진척된 것은 없다. 쌀과 옥수수 농사, 약간의 물소를 키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시골마을에서 당장 먹고 사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가로 125m, 세로 75m 크기의 땅을 성당 부지로 기증받았지만 그것이 끝이다. 기증한 주민을 포함해 온 마을 사람들이 땅을 다지고, 혹시 건축을 할 때 도움이 될까 근처의 모래와 돌들을 한데 모아 두었을 뿐이다.

최근 들어서는 성당 건축이 더 절실한 이유가 생겼다. 마을 곳곳에 이슬람과 개신교를 포함한 다른 종교의 선교사들이 교사, 간호사, 의사 등의 신분으로 들어와 왕성한 선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가톨릭신자들을 초대하고 도와주면서 개종을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말라워나 공소 공동체 신자들에게는 신앙의 구심점이 될 작고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성당 하나 짓는 것이 더 간절한 꿈이 됐다.

소박한 성당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약 3억 정도, 한국에서 성당을 짓는 비용을 생각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아 보이지만, 말라워나 공소 신자들에게는 무려 10년의 고심에도 불구하고 시작조차 못한 큰돈이다.

마을 공소회장인 아론 다미아노(32)씨는 크리스티아노 신부를 통해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해왔다.

“말라워나 마을은 누추하지만 신자들의 신앙만큼은 뜨거운 곳입니다. 작고 소박한 성당을 짓겠다고 매일 고민하는 이들을 도와주신다면 그 사랑을 꼭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의 010-9000-0742 비아도 크리스티아노 신부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