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서주간 특집] 우리가 성경을 가까이 해야하는 이유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3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경,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 이루는 ‘복음화의 원천’
역대 교황들과 교회 가르침도 한결같이 성경의 중요성 강조
더 자주 읽고 기도하고 묵상하며 구체적인 애덕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국교회는 해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즉 연중 마지막 주일부터 일주일간을 ‘성서주간’으로 지내며 신자들이 성경을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사진은 본당 성경통독반에서 성경을 읽고 있는 신자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1월 26일부터 12월 2일은 성서주간이다. 한국교회는 해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즉 연중 마지막 주일부터 일주일간을 ‘성서주간’으로 지낸다. 왜 교회는 이처럼 신자들이 성경을 더욱 자주 읽고 묵상할 것을 권장할까? 2017년 성서주간을 맞아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짚어 본다. 아울러 ‘가톨릭 성서 연합’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요청한 ‘성경의 해’ 선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본다.

■ 우리가 성경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항상 읽고 묵상하며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성경은 성전과 함께 신앙의 유산을 이루기 때문이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하느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이하 계시헌장, 제6장)을 통해서도 “성전과 성경은 교회에 맡겨진 하느님 말씀의 유일한 성스러운 유산을 형성한다”고 분명하게 가르친다. 계시헌장은 왜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가까이해야 하는지 밝혀주는 가장 대표적인 교회 가르침이다.

■ 공의회의 가르침

계시헌장은 22항에서 “신자들이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길은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말이지만, 당시 성경은 일반 신자들이 잘 읽을 수 없는 라틴어로만 쓰여져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복음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성경의 자국어 번역과 출판이 활발하게 이뤄져, 지금은 전 세계 대부분의 신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성경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계시헌장은 성서학자와 주교를 포함한 성직자, 교리교사들이 성경을 열심히 연구하고 이를 신자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의무를 강조한다. 또한 모든 신자들은 성경을 자주 읽어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필리 3,8)를 얻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한다.

계시헌장은 특히 25항에서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Ignorantia Scripturarum ignorantia Christi)”라고 단언한다. 이는 예로니모 성인이 전해주는 격언으로, 성직자들과 마찬가지로 평신도들 역시 성경을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 교황들의 권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에 앞서 초대교회 교부들부터 레오 13세, 비오 10세, 비오 12세 등 역대 교황들은 한결같이 성서사도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현대 교황들도 마찬가지였다.

바오로 6세 교황은 계시헌장의 가르침을 구체화하기 위해 성서사도직 국제기구인 ‘가톨릭 성서 연합’을 창설하도록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10년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Verbum Domini)에서 “성경이 사목 전체를 감도하게 하는 ‘성경 사목’을 증대시킬 것”(73항)을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욱 구체적으로 2016년 ‘자비의 특별 희년’ 폐막 때, 교황 교서 「자비와 비참」((Misericordia et Misera)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해마다 주일 가운데 하루를 정해서 성경을 더욱 잘 알리고 더 널리 전파하는 노력을 쇄신”하도록 제안했다.

■ 성경 공부를 넘어 애덕의 실천으로

성서사도직은 단순히 성경 공부 모임이나 강의를 넘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주교회의 성서사도직위원회 총무 전영준 신부도 “성경 공부가 성서사도직의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읽고 기도하고 묵상하며 애덕의 실천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이 참된 성서사도직”이라고 설명한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손삼석 주교는 올해 성서주간 담화문에서 “복음화는 말씀에 기초하고, 말씀을 경청하고 묵상하고 실천하고 거행하고 증언한다”(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174항)는 교황의 가르침을 제시하면서, 성경이 ‘복음화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즉 신앙인들이 성경을 가까이 하는 것은 곧 자비이고 사랑이신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이고, 그 만남을 통해 “이웃을 향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과 인간의 모든 차원에 대한 관심과 선교 열정이 솟아난다”는 것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