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사제단 연례 침묵 피정이 한창이던 6월 28일 오후 7시 주교 임명 소식을 전해 들은 문창우 주교. 주교 임명 소식에 함께한 사제단 속에서 문 주교의 행동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주님의 부르심에 한동안 떨림을 주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주님을 향해 더디지만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문 주교의 임명부터 충성서약까지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 문창우 신부의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 임명 소식은 사제 연례 피정 중 사제단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발표됐다.

고병수 신부(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는 문 주교 탄생 소식을 전하면서 “제주교구 사제단은 문 주교의 십자가를 함께 져줄 것으로 확신한다. 문 주교가 힘들 때 선후배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교구 사제단의 격려를 보냈다. 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제주 출신 부교구장 주교가 임명된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제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용삼(베네딕토·68·제주 화북본당) 회장은 문 주교 임명 소식에 “언제 제주 출신 주교가 탄생할까 기대했는데 영광스럽다. 이는 지역사회에서도 축복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 문 주교의 부친 문종수(요셉·86·제주 동광본당)씨와 모친 김양희(아가다·83)씨는 아들의 주교 임명 소식에 “좋으면서도 부모 입장에서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며 “늘 배우면서 살아가길” 당부했다.

문 주교 누나 문정인(카타리나·57·제주 동광본당)씨는 “어렸을 때 7남매 중 첫째와 둘째인 나와 문 주교가 빨리 돈을 벌어 동생들 공부를 시키자고 약속했을 만큼 착한 동생이었다. 이렇게 좋은 일을 있게 해주신 은총에 감사드린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문씨의 친구들도 “문 주교가 어렸을 때부터 착하고 인품이 훌륭하더니 주교가 됐다고 말한다”며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문 주교가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임하던 시절 수업을 들었던 박태정 수녀(카타리나·광주가톨릭대 4년·사랑의씨튼수녀회)는 “문 주교님은 기도생활을 열심히 한 사목자·성직자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도자를 정중하게 대해 주셨다. 지금처럼 있는 그대로 사시면 더 바랄 게 없는 훌륭한 분”이라며 문 주교의 인품에 존경을 나타냈다.

◎… 문창우 주교가 교장으로 사목하고 있는 신성여중에서는 7월 3일 오전 조촐한 축하식이 열렸다. 교직원들과 재학생 대표들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평소 교장 신부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듯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좌석호(바오로·58·제주 서문본당) 교감은 “축복받을 일이다. 제주교구가 기뻐할 일이고 도민들도 기뻐할 것”이라며 문 주교의 임명을 축하했다.

학생대표 백민아(3년)양은 꽃다발을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희들에게 보여주신 사랑을 나눠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 주교가 ‘절친’으로 첫 손가락에 꼽은 현요안 신부(제주 화북본당 주임)는 신학생 시절부터 주위에서 부러워하던 단짝. 문 주교 임명 소식을 접한 현 신부는 “선교사보다 하느님께서 이 땅에 먼저 오셨듯 주교님 안에는 오래 전부터 하느님께서 와 계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오신 포콜라레 ‘일치의 영성’을 바탕으로 교회는 물론 세상·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통합적 영성으로 보편교회 안에서 모범이 되는 교회로 이끌어나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포콜라레 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문 주교의 임명 소식에 한국 포콜라레 운동(마리아 사업회)에서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놓았다. 문 주교는 평소 “포콜라레 운동이 사제로 살아가는 데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고 말해왔다. 포콜라레 운동 한국대표 임종태(아우구스티노)씨는 “문 주교 임명은 저희에게 큰 기쁨이고 자랑이다. 하나의 영성을 살려면 자기가 죽기도 하고 자신을 잃어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문 주교는 그것을 하고 있다. 그가 주교에 임명된 뒤 ‘포콜라레 영성을 살려고 노력한 것뿐’이라고 말했을 때 큰 기쁨을 느꼈다”며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또 다른 기쁨은 교회가 성덕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 사제를 알아본다는 것”이라며 “양떼를 잘 이끌고 갈 사목자를 뽑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 문 주교는 예측하기 힘든 일기 상황 때문에 7월 3일 서울로 올라와, 다음 날 오전 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함께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을 찾았다.

문 주교는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앞에서 교황에게 충성하고 주교로서 사목적 직무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며, 신앙선서문과 충성서약서에 서명했다. 문 주교는 이 자리에서 함께 서약한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에게 “프라도 사제회 영성과 포콜라레 영성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생동감 있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