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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왜관 홀리페스티벌 초청 공연을 마치며

박정연
입력일 2025-07-16 08:47:48 수정일 2025-07-16 08:47:48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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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열린 ‘왜관 홀리 페스티벌’에서 성 페트릭 어린이 성가대가 공연하고 있다.  박수진 씨 제공

올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열리는 ‘2025 왜관 홀리페스티벌’의 초청 연락을 받고, 우리 성가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번 초청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행운이 아니었습니다. 2024년 5월, 대구대교구 월성성당에서 열린 ‘성모의 밤’ 초청 공연, 그리고 그 해 12월 말 대구대교구 갈밭성당에서 선보였던 어린이 영어 뮤지컬 무대를 보신 분들이 기억해 주신 덕분입니다.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와 그 안에 담긴 순수함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고, 그 울림이 왜관이라는 더 넓은 무대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하느님의 섭리를 깊이 느낍니다.

7월 12일 오후 6시.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제 가슴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지만, 하느님의 손길인 듯 불어온 시원한 바람은 무대에 선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김동건 지휘자님의 세심하고 따뜻한 인도 아래,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15명의 아이들이 수도원 전체에 울려 퍼지는 맑은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께서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고, 박수로 응답해 주시며 함께 노래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는 떨림보다도 감사와 기쁨이 가득했고, 그 진심이 관객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두드렸을 것이라 믿습니다. 음이 다소 흔들리거나 박자가 조금 엇갈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모든 것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진실된 모습이었고,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순수한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한 무대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두 달간의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은 함께하는 기쁨을 배웠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양보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도 익혔습니다. 노래를 함께 부르며 마음을 모았고, 틀릴까 걱정하던 순간에는 서로 손을 잡아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이미 하나의 ‘작은 천국’이었습니다.

갈밭성당 성 페트릭 어린이 성가대는 조완 리카르도 신부님의 깊은 사랑과 지지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주일학교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배우고, 그 말씀을 음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신 신부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공연은 우리에게 하나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아이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희망을 얻었고, 더 큰 세상 속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작은 사도’가 되고자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아직은 부족하고 서툴지만, 진심만은 누구보다 깊고 간절한 이 성가대의 노래가, 세상 곳곳에 하느님의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씨앗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글 _ 박수진 모니카(대구대교구 갈밭성당 성 페트릭 어린이 성가대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