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비주류의 삶과 신앙

민경화
입력일 2025-07-08 17:47:31 수정일 2025-07-08 17:47:31 발행일 2025-07-13 제 345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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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하고 성미술에 입문했을 때, 나는 유명한 가톨릭 미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성상 수리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작품을 수리하는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오래된 성상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시간이 지워버린 색채를 되살리며, 누군가의 믿음이 깃든 작품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에 매료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조각가라는 정체성을, 유망한 성미술 조각가라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서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주류에서 벗어나 뒤안길로 접어든 건 아닐까?

그런 고민 중 '네 번째 동방 박사'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지만, 늘 한 발짝씩 늦다.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며 주요 장면들을 만들어갈 때, 그는 길 위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아픈 이들을 치료하느라 계속 뒤처진다. 결국 끝까지 예수님을 직접 만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절망하며 슬퍼할 때, 예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내가 아플 때 네가 나를 치료해 주었고, 내가 배고플 때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네가 그들에게 한 모든 것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비주류의 신앙도 아름다운 신앙이라는 것을, 비주류의 미술도 충분히 가치 있는 미술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하는 성상 복원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을지라도, 내 손을 통해 되살아나는 성상들은 다시 수많은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있었다. 시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잊혀가는 신앙의 흔적들을 되살리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성 미술가의 소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깨달음 이후로 나는 더 성숙한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내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비주류라는 자리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본질적인 섬김의 자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류에서 벗어난 곳에서도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제 나는 안다. 진정한 신앙과 예술은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나마 전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주류의 삶이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신앙의 깊이와 예술의 진정성이야말로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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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고승용 루카(성미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