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에 ‘조선교회’ 알린 물품들…100년 만에 공개

황혜원
입력일 2025-07-09 09:49:03 수정일 2025-07-09 11:35:23 발행일 2025-07-13 제 345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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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Anima Mundi, 세상의 영혼들’ 전시 개최…9월 14일까지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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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드망즈·드브레드·사우어·뮈텔  주교의 사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제공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이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전 ‘Anima Mundi(아니마 문디), 세상의 영혼들’을 연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비오 11세 교황(재위 1922~1939)이 1925년을 성년으로 선포하며 개최됐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담긴 대회로, 세계 각국 교회의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문화에 대해 상호 이해와 존중을 갖자는 취지였다.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기해박해, 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염원하던 한국교회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당시 일본교회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별도의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한 서울대목구 뮈텔 주교와 드브레드 보좌주교, 대구대목구 드망즈 주교, 원산대목구 사우어 주교는 박람회를 통해 100여 년 동안 지속된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닌 조선의 신앙 공동체를 세계에 알리기로 했다.

박람회 개최 선포 이후 주교들은 1년여에 걸쳐 역할을 나눠 박람회를 준비했으며,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출품할 물품들을 기증했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이 담긴 1000여 개의 출품작은 바티칸으로 향했고, 한국교회는 ‘조선관’이라는 이름으로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박람회 출품 목록을 토대로 국내 16곳의 박물관, 수도원과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 유물을 대여해 ‘조선관’을 재현했다. 

전시에서는 원산대목구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운영한 숭공학교에서 만든 기와집 모형, 드망즈 주교의 사진기와 그가 촬영하고 인쇄한 사진들, 천주성교예규와 천주성교공과, 성교요리문답 한글 목판본의 책판 등 270여 점이 공개된다.

또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 중인 박람회 기부자 명단인 ‘라마박람회 조선출품자 물품금품씨명부’ 등이 처음 공개되며, 한국 최초 남자 수도원인 서울 백동 베네딕도 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된 독일인 카니시우스 퀴겔겐(한국명 구걸근, 1884~1964) 신부가 지은 양봉 교육 교재 「양봉요지」 원본도 전시된다.

원종현 신부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100년 전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출품됐던 유물과 예술품을 관람하는 자리가 아닌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깃든 ‘만남과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식민지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100년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 안에서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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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