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황미하 옮김/344쪽/2만8000원/가톨릭출판사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 잠깐의 ‘영적 실천’으로 하느님과 만날 수 있어”
우리는 종종 삶의 중심을 잃고 방향 없이 흔들린다. 바쁜 일상, 감정의 소모, 회복되지 않은 관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끌려다니며 하루하루를 소진해 간다.
이런 삶에서 우리는 문득 질문하게 된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에 이끌려가고 있으며,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얼마나 듣고 있는가?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이런 현대인의 질문에 ‘멈춤’을 강조한다.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찰나의 멈춤에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잠시 멈추어 내 마음을 바라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런 과정을 ‘의식’, ‘리추얼’이라고 부른다.
“의식은 우리의 일상이 순리대로 이어질 수 있게 하며,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또 시간의 신비를 깨닫게 합니다.”(6쪽)
그가 말하는 ‘의식’은 단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아침의 샤워, 정성스러운 식사, 계절에 맞춘 산책, 잠들기 전의 묵상과 감사 같은 소박한 행위들이다. 이런 실천을 통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현존에 눈뜨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를 축복하며 살아가는 법을 소개하고, 계절에 따라 흐르는 삶의 흐름을 우리의 삶에 조화롭게 연결 짓는다. 또 내면의 중심을 지키고, 타인과의 친교 속에서 진정한 관계를 가꾸는 방법을 다룬다. 이어서 삶과 휴식의 균형,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신비, 그리고 전례력에 따른 신앙인의 시간 사용법까지 폭넓게 알린다. 단지 삶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요령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 있음’을 느끼고 존재할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그륀 신부는 “의식은 거창하지 않아야 한다고, 오히려 단순한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할 때 그 안에 진정한 변화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아침 샤워를 정화 의식으로 삼고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행위로 여기는 순간, 그 평범한 행위는 영적인 실천이 된다. 또한 밤에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하느님을 만난 순간은 언제였는가?’를 묵상하는 시간은 평범한 하루를 은총의 하루로 바꿔 놓을 수 있다.
본문에는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의식들이 담겨있다. ‘성호 긋기’, ‘두 손을 하느님께로 들어올리기’, '나에게 괜찮다라고 말하기', ‘내 몸을 살피기’, '부정적인 목소리와 마주하기' 등은 바쁜 하루 중 실천하는 단 몇 분의 의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경험하도록 한다.
저자는 실천 목록만을 나열하지 않고, 각자가 자신만의 의식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그러면서 삶에 맞는 리듬, 고유한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안내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리추얼, 의식은 하루의 리듬을 되찾게 해주는 도구이자 하느님과의 만남을 여는 문이며, 삶의 고통이나 혼란 속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영적 실천이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집중하세요. 숨을 내쉬면서 지금 당신을 사로잡는 것들을 내려놓으세요. 그저 당신이 숨을 쉰다는 것만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내면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다.’ 이 말을 하면서 당신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95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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