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한국지부, 6·25 당시 순교한 하느님의 종 3위 아일랜드 출신 선교 사제 후손 초대
“만약 제가 전쟁 중인 한국을 떠난다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여기에 남아 있는 사람 중 누군가는 죽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요.”(하느님의 종 토마스 쿠삭 신부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 중)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한국지부(지부장 권세오 곤잘로 신부)는 5월 23일 서울 동소문동 한국지부에서 6·25전쟁 때 순교한 아일랜드 출신 선교 사제들의 후손들을 초대한 가운데 환영 미사를 봉헌했다.
6·25전쟁 때 순교한 선교회 사제 7명 중 하느님의 종 3위는 앤서니 콜리어 신부(Anthony Collier, 고 안토니오), 프랜시스 캐너밴 신부(Francis Canavan, 손 프란치스코), 토마스 쿠삭 신부(Thomas Cusack, 고 토마스)다. 이들은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에 포함된 시복 심사 대상자다. 미사에는 이들의 후손 10명이 참석했다.
5월 19일 방한한 후손들은 대전 목동 거룩한 말씀의 회, 춘천교구 소양로성당 등 순교자 3위의 순교지로 추정되는 장소와 활동했던 곳들을 방문해 한국 신자들과 만나고,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와 면담했다.
환영 미사를 주례한 오기백(다니엘) 신부는 강론에서 “75년 전 이곳에서 생명을 바친 사제들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신앙의 본보기가 된다”며 “그들은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참조)는 오늘 복음 말씀을 삶으로 증언했다”고 했다.
오 신부는 이어 “우리는 그들의 믿음과 용기를 기억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하기에 오늘 미사는 순교자들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이자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을 되새기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미사 뒤에 선교회는 방한한 후손들에게 기념패를 전달했다.
후손들은 이날 선교회가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순교자들에 대한 기억과 방한 소감을 나눴다. 1950년 9월 대전광역시 목동에서 순교한(추정) 토마스 쿠삭 신부의 조카이자 당시 다섯 살이었던 스테파니 맥나마라(Stefanie McNamara) 씨는 “삼촌이 아일랜드에 마지막 휴가를 왔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순간, 그리고 가족이 삼촌의 선종 소식을 들었던 그 순간을 어렸지만 생생히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신자분들이 저희 손을 잡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며 “덕분에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해졌고, 감사한 마음으로 아일랜드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