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린이들도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민경화
입력일 2024-09-09 수정일 2024-09-10 발행일 2024-09-15 제 340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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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으로 참여한 한제아 양
미래 세대 기본권 보호 위해 10살 때부터 기후소송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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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기후소송 청구인으로 참여한 한제아 양은 “가족, 친구, 동물 등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아이돌 가수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를 듣고 춤을 따라 추며 친구들과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는 12살 한제아(클라라) 양. 여느 초등학생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제아 양은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으로 참여해 지난 5월 기후 헌법소원 최후진술문을 들고 헌법재판소 앞에 섰다. 

친구들과 노는 대신 헌법재판소와 기자회견을 쫓아다녀야 했던 시간이 12살 아이에게 버겁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제아 양은 “사촌동생 아윤이가 나중에 컸을 때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소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기후변화를 겪으며 어른들은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때, 제아 양은 자신보다 더 작고 어린 동생을 위해 실천하길 택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 19명에서 시작된 기후소송에는 시민단체, 정당을 비롯해 2017년 이후 출생한 아기와 20주차 태아, 6~10세 어린이로 구성된 아기기후소송단도 함께했다. 

이들은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청소년, 어린이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2022년 당시 10살이었던 제아 양은 아기기후소송단의 맏이로 동생들을 대신해 탄소중립기본법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알렸다.

“저는 10살 때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들고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면 알수록 제 미래가 위험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행동이었습니다.”

기후대응에 있어서 나 하나의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비관적인 목소리 속에서 제아 양은 희망을 찾고자 노력했다. 희망이 있다는 믿음은 아이가 “함께 지구를 살리자”고 세상에 나오는 원동력이 됐다.

“한 영화제에서 ‘기후재판 3.0’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탄소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지구 온도를 천천히 올라가게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두면 7℃가 더 올라간다는 내용이었어요. 함께 노력하면 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8월 29일 헌법재판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8조 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제아양 을 비롯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이 됐다.

“판결을 듣고 제일 먼저 사촌동생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여태까지 노력했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소송을 청구한 뒤, 매일 밤 성호경을 긋고 “기후소송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는 제아 양은 “하느님이 소송에서 이기도록 도와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며 “가족, 친구, 동물 등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