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 개막

박지순
입력일 2024-05-31 수정일 2024-06-03 발행일 2024-06-09 제 339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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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위 성인 시성 40주년·124위 복자 시복 10주년 기념…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
근현대 100년간 거행된 시복·시성식이 교회와 사회에 전하는 의미 담은 사료·사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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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과 구요비 주교 등이 특별기획전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 전시 자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은 103위 성인 시성 40주년, 124위 복자 시복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을 5월 29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월요일 휴관) 계속된다.

전시 제목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은 한국교회 여명기에 조선시대 성리학적 신분사회의 사슬을 끊고 인간 존엄성과 평등, 이웃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며 새 하늘과 새 땅을 열망하던 순교자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박해시기 순교자들은 종교나 학문적 경향을 넘어 조선 후기 정치와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는 큰 흐름의 하나가 됐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번 특별기획전에 출품된 다양한 사료와 사진들은 한국 현대사 100년 동안 경험한 1925년과 1968년 그리고 2014년 등 모두 세 번의 시복식과 1984년 시성식의 역사와 모습을 담고 있다. 한국사회는 한국교회 순교자가 성인과 복자로 선포되는 사건을 지켜보며, 순교가 옳은 것을 지키고 실천하고자 하는 정신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이해하고 본받을 가치로 받아들이게 됐다.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은 한국 근·현대사 100년 속에서 한국교회의 시복, 시성식을 교회의 역사로만 인식하지 않고 정치, 사회, 문화적 의미 안에서 총체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으로부터 비롯됐다.

특별기획전은 일제강점기에서 시작해 100년의 시간을 달려간다. 관람객들은 각 시대별 주요 사건을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하고 당시에 있었던 시복식과 시성식이 한국교회와 시민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볼 수 있다. 기사와 사료, 연표 등이 풍부하게 제공됨으로써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한국 순교자 79위 시복식이 처음 열린 1925년,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고 있던 조선은 세계 교회의 주목을 받게 됐고, 조선 신자들은 순교자의 후손이라는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됐다. 1968년에 열린 순교자 24위 시복식은 6·25전쟁 후 폐허가 된 자리에서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된 역사이기도 하다. 당시 문화공보부가 우리 사회에 순교자들이 보여 준 의인 정신이 필요함을 역설했던 사료가 이 점을 알려 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주례한 103위 성인 시성식,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에서 주례한 124위 복자 시복식의 감격과 영광스런 장면을 보여 주는 사진과 사료들은 관람객들에게 시성식과 시복식 장소로 다시 돌아간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초등학교 2학년 딸 김은서(젬마)양과 전시장을 찾은 김보민(라파엘라)씨는 “신앙 선조들의 순교 역사를 보면서 굳건한 순교 신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이번 특별기획전과 연계해 현대사의 흐름을 시대별 유행했던 대중문화를 통해 이해하도록 돕는 강연 프로그램을 6월 30일과 7월 7일, 14일, 21일, 28일 마련한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