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노크 소리

최용택
입력일 2024-04-11 수정일 2024-04-16 발행일 2024-04-21 제 338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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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누군가의 노크 소리에 밝고 큰 소리로 반갑게 대꾸하였습니다. 본당 빈첸시오회 자매님이었습니다. 오십견이 와서 불편하다 하시면서도 오늘도 어김없이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을 가져오셨습니다. 마트에서 팔다 남은 걸 가져오십니다. 

그 덕분에 생활비 30~40만 원이나 절약됩니다. 사랑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알기 쉽게 말하자면 주님의 이름으로 받는 사랑 덕분에 요즘 웃음을 도로 찾았습니다.

처음에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사전 조사를 나왔을 때, 병을 앓거나 가정 경제가 파탄 난 것을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빌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하느님 은총’이라는 말에 힘입어 자존심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 결과 물품과 현금을 빈첸시오회에서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노크 소리에 문을 연 결과입니다. 형편이 좀 웬만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취하고 나면 알바라도 할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감사해하자, 지원을 받자고 생각하며 고맙게 도움의 손길에 손을 내밀고 글을 쓰며 생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저도 도와주시는 여러분 생각하며 제 재주, 글쓰는 능력을 봉헌하고 싶습니다. 이런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좋았던 건 아닙니다. 전에 살던 곳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누가 문을 두들기면 겁부터 났습니다. 한번은 인천도시가스공사에서 남자 직원들이 나왔는데, 겁에 질려 진땀을 흘렸습니다. 지난 부활 대축일에 근처 교회 목사님께서 오셨을 때도 사실 남자 목소리라 문 열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하지만 문을 열자 부활 축하 선물로 오렌지와 떡, 달걀 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날 간식거리가 생각나 화살기도를 했거든요. 주님께서는 목사님을 통해 응답하신 겁니다.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주님께서 제 맘에 노크를 하십니다. 과거의 슬픔과 어둠에서 벗어나 게으름과 안주에서 벗어나 문을 엽니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이 생기듯 성령을 선물로 받습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주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얼마나 좋은 걸 주시겠느냐는 말씀에 의지한 결과입니다. 평화와 함께 기쁨이 찾아옵니다. 강건하고 담대해 집니다.

지난 부활 대축일, 봄날이라 문 다 열어놓고 이불 빨래하고 청소를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성령을 선물로 주셔서 제 맘에 기쁨의 등불이 켜졌습니다. 미소 지으며 지나가는 이웃에게 인사하였습니다. 아멘!

글 _ 이선희(수산나·인천 십정동본당)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