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동선에 닿기 위해 / 민경화 기자

민경화
입력일 2024-04-02 수정일 2024-04-02 발행일 2024-04-07 제 338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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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던 일본 후쿠시마에는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었다. 생업을 위해 고향에 남기를 선택한 가장은 가족과 헤어져야 했고 이혼이 급증하는 원인이 됐다. 그렇게 다른 도시로 떠난 아이들은 위험한 곳에서 왔다며 따돌림의 대상이 됐다. 여전히 핵발전소 인근 마을에는 암이나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웃의 소식을 듣는 일이 흔했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은 전력회사이고 이를 도운 것은 정부였지만 슬픔과 불안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은 그곳을 지키는 주민들이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는 시가 가쓰야키씨는 핵발전을 반대하며 50년 넘게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가 주변의 비난과 협박에도 싸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소중한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공동선을 위해 용감히 나아가는 시가씨의 모습은 국가의 핵진흥 정책을 멈추고자 거리로 나온 한국의 종교·시민단체와 닮았다. 이들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후의제를 염두에 둔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가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보낸 정책질의서 답변에서 특히 환경분야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신규핵발전소 건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문제에 대해 어떤 당은 동의했고, 어떤 당은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교회는 정치 공동체의 최종 목적이 공동선의 실현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 교회는 정치에 관여할 수 있고, 이때 복음이 정치적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복음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제대로 식별해 공동선을 위해 외롭게 싸우고 있는 이들 곁에 서야 하겠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