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형!
지금 나는 동서부 해안에 자리잡은 월남의 관광도시 「나트랑」에서 화염처럼 불어오는 열풍과 직사포 같은 위력으로 내려쬐는 폭양아래서 끝없는 향수에 젖어있오. 오랜 피곤한 방랑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제 집으로 기어든 탕아가 비로소 어버이의 품이 따뜻함을 깨닫듯 나도 조국을 떠나온 이제사 어버이의 사랑과 조국의 품을 그리워하게 되었오. 한국인의 지혜와 활동이 이곳에 널리 알려지고 있음을 실감한 것은 다행한 일이오. 이곳 시중에 이따금 코리어의 상품이 보이면 절로 만져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오. 언젠가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우리 기술자들을 만났을땐 어찌 그처럼 인정이 넘치고 다정한 대화가 있을 수 있었겠오. 편견과 아집 속에서 일찌기 탈바꿈하여 세계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좀더 일찍 좀더 바르게 보았던들 이처럼 심한 영양실조에 걸리지는 않았을텐데… 한땐 이러한 자학 속에 빠진 적도 있었오. 그러나 이제 나는 가슴 깊숙히 마음의 훈장을 줄줄이 단 참다운 의미의 개선장군이 된듯하오. 나를 길러준 조국의 따뜻한 품과 위대한 유산을 자랑으로 여길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오. 유산의 재확인은 생명을 발돋움할 새로운 계기이기에 탕아를 맞은 어버이와 진주를 되찾은 여인의 기쁨을 R형과 함께 나누고 싶소. (「나트랑」에서 김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