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불부(流水不腐)」 - 어떤 사무실에 걸려있는 명구다. 그 뜻인즉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있으면 썩는다는 말은 유동함으로써만이 생명력은 완성해진다는 뜻이겠다. 생명이 없는 것에는 꿈틀거림이 없다는데서 구분되는 것 같다. 생명은 생명이다. 살아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자동차가 자동차의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굴러야 한다. 자동차가 굴고 있다는 것은 바퀴가 움직인다는 뜻이고 바퀴가 움직인다는 것은 거기에는 마찰과 열을 뿜으면서 부단히 자신이 닳아진다는 뜻이다.
싱성한 푸른물이 되기 위해서는 흘러야 하고 씽씽 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마찰을 통한 스스로의 「닳음」이 있어야 하고 인간도 영생의 새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시련과 고통을 통한 스스로의 「닳음」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고통의 신비가 숨어있다. 여기에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신 뜻이 숨어있고 순교자들이 시퍼런 칼날 밑에서 웃음지을 수 있었던 신비가 숨어있지 않겠느냐? 『누구든지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나의 제자 될 수 없다』 하신 스승의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인간은 십자가의 길을 걷지 않고는 새 인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의 파괴가 없으면 스스로의 새 생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부활의 알렐루야를 부르기 전에 「파르체 도미네」(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먼저 불러야 했기에 부활준비를 위해 사순절 봉재시기가 있는 것 같다. 물이 흘러야 썩지 않는 자연법칙이나 다를바가 없다. 「유수불부」 -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 법이다. 부단히 시련과 고통과 싸우는 그 영혼은 썩지 않을 것이다.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