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조치원본당 노송공소 제2대 회장 김덕환 프란치스코는 1901년 충남 공주 정안면 지률공소까지 가서 세례를 받고 공주성당에서 외국 신부님을 도와 복사를 한 김동면 레오의 외아들이다. 김동면은 함께 세례를 받고 노송공소 초대 회장을 역임한 배영호 안토니오와 같이 노송에 천주교를 전파하신 분들이다. 그리고 두 분의 후손이 주축이 되어 현재 노송공소가 13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필자의 기억 속 제2대 회장 김덕환 프란치스코는 ‘귀신 쫓는 회장 할아버지’다. 그 댁은 우리 마을 한가운데 있는 큰 기와집이었는데, 1963년 강당을 세울 때까지 ‘공소집’ 역할을 하였다.
필자가 어렸을 적 우리 마을에는 ‘경 읽는 소리(굿)’가 그치지 않았다. 특히 이웃집은 한 달이 멀다 하고 경을 읽고, ‘비는 할머니’가 와서 빌고, 바가지에 된장국에다 밥을 말아서 버리고는 하였다. 덕분에 필자는 고사떡을 자주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이웃집에는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보다 못한 회장 할아버지가 설득에 나섰다. “당신들이 조상 대대로 믿고 재앙을 무서워하는 왕신단지를 내가 부수어드리겠소. 그로 인한 재앙은 내가 받을 테니 염려 말고 나에게 맡겨주시오. 대신 그 속에 있는 곡식은 내가 먹고, 옷감은 우리 아들 손자들 옷을 만들어 입히겠소.”
당시만 해도 구들장을 건드리면 ‘돌의 지신’이 성을 내어 집안에 재앙이 생기고, 큰 나무를 베면 ‘목신’이 노하여 동토 나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왕신단지’를 잘못 위하면 왕신이 노하여 집안에 재앙이 생긴다는 무당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회장 할아버지가 신주단지를 없애자고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