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동석씨 동리까지 일깨우고 초가삼간 마루장서 푸른 꿈을 안겨줘

입력일 2022-09-05 11:51:28 수정일 2025-07-16 13:38:47 발행일 1964-07-26 제 43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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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도 말로만 들은 석정리 소년들에
초가집 방안에서 흑판을 걸고 공부를 하는 광경.

지금으로부터 80년전 이미 교회의 복음이 전해졌으나 산간벽지마는 지리적 환경의 악조건으로 교세 진전이 전혀 없을 뿐더러 제반생활상태도 구태의연히 미개와 간난에 허덕여, 자신의 모든 재력과 정력을 그곳 향토진흥에 바치는 독지가의 갸륵한 이야기가 있다.

전남 함평군 학교면 석정리(咸平郡 鶴橋面 石亭里)는 철도연변에서 약 6「킬로」 떨어진 약5백호에 3천명 주민이 살고 있는 3개 리로 나누인 한촌이다.

안드레아 이(東石)씨는 20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향토계몽과 생활향상을 위해 이곳 공소에 이미 40명의 청소년을 모집하여 성모농잠학원을 설립하여 향학에 불타는 농촌청소년의 등불이 되어왔다. 한편 이씨는 자기 소유인 수천주의 참나무가 밀집한 임야를 동학원에 기증하고 이를 근거로 해서 작잠(柞蠶=산누에)을 대대적으로 벌렸다. 이씨는 금년 가을엔 흙담집일망정 신교사를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1학년을 모집하여 3년제 실업학교를 설립할 계획에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성모학원생들은 교과서 대신 중학 강의록을 쓰고 있으며, 의자책상은 생심도 못낼 형편, 학용하품나 갖지 못한채 이 선생님과 흑판만을 바라 진종일 목을 늘이고 있다.
 

틈만 있으면 교사 세울 땅을 정리한다. 


한편 이들은 흙집이나마 그들만의 아담한 교사를 꿈꾸며 공부하는 틈틈이 남녀학생 할 것 없이 돌을 나르고 산을 뒤져 교사 대지를 닦고 있다.

이들에겐 신문 한장도 별세계에서 날라온 진기한 문명의 이기며, 라디오 「타이프 라이타」는 이야기만 들은 차라리 동화속의 요술통 같은 것.

허지만 이 고장에 서광이 깃든 복음의 내력은 8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오로 이씨(전기 안드레아씨의 祖父)는 1882년에 전북 「나바위」골에서 처음으로 영세했고 공소가 세워진 것은 1936년 현대주교께서 나주본당에 계실 때 8간 초가를 짓고 교우 몇이 모여 신공을 오린지 28년이 지난 오늘 교우는 백명에 불과하다.

이 너무나 황당한 난경 속에서 자기 향리를 계몽할 일념으로 주야 노력하는 안드레아씨는 이제 너무도 부진한 이 현실의 안타까운 실정을 어느 갸륵한 독지가에게 간곡히 호소하곺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