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교회 국제순례지 교회사적 의미·역할 되짚어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2-04-13 수정일 2022-04-13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순교영성연구소 심포지엄
서울 순례길과 해미국제성지
“교회법적 순례지 인정 받아야”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가 4월 9일 서울 성북동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 성당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발제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교황청 승인 국제순례지로 선포된 ‘서울 순례길’을 비롯해 최근 국제성지로 선포된 해미국제성지 등의 교회사적 의미와 역할을 되짚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산하 순교영성연구소(소장 한진욱 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4월 9일 서울 성북동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 성당에서 ‘교황청 승인 국제순례지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대주제로 제9회 국내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국내학술심포지엄은 순교영성연구소와 서울대교구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요셉 신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먼저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특별세션에서 ‘서울 순례길의 교회사적 고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조 신부는 서울 순례길 중 ‘말씀의 길’과 ‘생명의 길’, ‘일치의 길’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말씀의 길은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가회동성당을 잇는 길로, 조 신부는 “한문으로 받아 적은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이를 다시 우리말로 옮겨 적어 전하는 선교의 못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생명의 길은 가회동성당에서 중림동약현성당까지 이어지는 길로, 신앙 선조들이 잡혀 문초를 받던 형조와 좌·우포도청, 대표적인 순교터인 서소문형장을 포함한다. 조 신부는 “이 길은 지상의 눈으로만 보면 죽음의 길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무한한 생명의 십자가를 보여주었기에 ‘생명의 길’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산성지까지 이어지는 일치의 길에는 순교자들의 처형지와 묘지들이 있다. 조 신부는 “영원한 생명을 증언했던 이정표들이 있는 곳이기에 하느님의 뜻에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치의 길’”이라고 밝혔다.

특별세션 두 번째 발제로 내포교회사연구소 부소장 권영명(안드레아) 신부는 ‘국제적 순례지로 인준받는 과정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권 신부는 서울 순례길과 해미국제성지가 교황청 승인 순례지로 인준받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각각의 순례지는 정관을 마련하고 교구장의 인준을 통해 교회법적 순례지로 인정받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적 순례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신부는 “국제적 순례지 인준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며 “교회는 순례지가 순례자들이 새로이 힘을 얻어 다시 본당과 그리스도교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