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 산업재해 트라우마 토론회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11-16 수정일 2021-11-16 발행일 2021-11-21 제 327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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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산업재해 피해자 안전지대 역할 해야”
실효적 적용의 한계 지적하고 교회와 지역사회의 연대 제안

산업재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노동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실태 개선을 위해 교회와 지역사회의 연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 노동사목소위원회는 11월 9일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산업재해 트라우마와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산업재해 트라우마의 실태와 법적 구제절차, 교회와 사회의 역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CB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유튜브채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발표자로는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활동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강은희(소피아) 변호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구정완(마태오) 직업환경의학센터장이 참여했으며, ‘산업재해 트라우마에 대한 교회의 역할과 지역 연대’를 공동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강은희 변호사는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돼 있지만, 산업재해 트라우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실제 사건에 실효적으로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산업재해 피해를 주장하는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서 행정절차를 밟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산업재해 트라우마 피해를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는 있지만,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으로 효율적인 구제책이 되지 못한다”며 “우리 법 제도는 노동자의 산업재해 피해를 외면하고 은폐, 축소해 왔다”고 밝혔다.

이은주 활동가 역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거나 가해자인 기업을 두둔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면서 “산업재해 피해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통합적인 지원체계가 없어 산업재해로 인한 치료비 부담과 고통이 노동자 가족에게까지 확대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산업재해 트라우마 피해 회복을 위한 교회 역할과 관련해 “정신과 치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트라우마 치료에 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교회와 지역사회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그 중요성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회가 지역사회와 연대해 산업재해 피해자들에게 ‘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공동체가 있다는 믿음’을 주는 안전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구정완 센터장도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트라우마가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퇴직자, 이직자, 산업재해 가족을 위한 상담 경로를 만들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리 및 심리상담을 하는 데 교회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