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1 세계교회 전망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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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와 연대’ 인류의 어려움 이겨낼 새 희망 제시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교황 사목방문 3월 5~8일 이라크 시작으로 재개
위로와 격려의 발걸음 이어갈 계획
가난한 나라에도 백신 보급되도록 다양한 외교적 노력 기울일 전망
선교에 중점을 둔 새 교황령 발표로 교황청 조직 개편에 박차 가할 듯

즉위 이후 활발한 해외 사목방문을 펼쳤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한 번도 해외 사목방문을 할 수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영향이었다. 하지만 교황은 오는 3월 이라크를 사목방문한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이라크 사목방문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변방의 어려운 환경에 있던 교회를 격려하고자 하는 교황의 의지가 담겨있다.

또한 교황은 지난해 10월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발표했다. 교황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전 지구적 위기가 세계를 흔들어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 형제애라는 사회 윤리를 제시해 이를 극복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84세 생일을 맞이한 교황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코로나19 극복하고 인류에 희망을 제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29일 교황궁 창문을 통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방역 봉쇄로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강복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교황의 해외 사목방문 전망

지난해 12월 7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확정된 올해 교황 해외 사목방문 일정은 3월 5~8일 예정된 이라크 방문이 유일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모든 해외 사목방문을 연기했던 교황은 백신 개발에 힘입어 어려움에 빠진 전 세계 그리스도인을 격려하기 위한 발걸음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은 이라크 사목방문 동안 바그다드와, 아브라함과 관련이 있는 우르 평원, 에르빌을 비롯해 모술과 니네베 평원의 카라코쉬를 찾을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브라함 고향인 이라크를 방문하는 첫 교황이 된다.

교황은 오랫동안 이라크 방문을 희망해 왔으며, 실제로 올해 이라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교황의 이라크 사목방문은 열악한 이라크 치안 상황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감안하면 위험한 선택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라크 국민들을 위로하고 이라크 그리스도인을 격려하고자하는 교황 의지는 확고했다.

교황청은 1월부터 모든 교황청 직원과 시민 및 가족을 대상으로 화이자제약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 교황청은 대규모 군중을 만나는 사목방문 일정을 감안해 교황도 코로나19 백신을 맞도록 할 계획이다. 교황청은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교황과 수행원들은 모두 예방주사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전 세계 그리스도 공동체를 방문하는 해외 사목방문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교황은 2013년 브라질 사목방문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모두 32차례 해외 사목방문을 펼쳐 50개국을 찾았다. 여전히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지만 교회의 변방, 특히 가난하고 박해받으며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외 사목방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형제애 실현과 돌봄을 통한 코로나19 극복 노력 지속

교황은 지난해 10월 4일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어려움에 고통 받고 있는 인류에게 새 희망을 제시하는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반포했다. 이 회칙을 통해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해 전쟁과 빈곤, 이주와 기후변화, 경제위기와 전염병으로 점철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서로를 형제와 자매로 인정하고, 형제애와 연대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길 당부하고 있다.

교황은 「모든 형제들」에서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이야말로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살아가야할 새로운 시대에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존엄과 인권의 증진을 강조하면서도 그 범위와 전망을 확장하여, 공동체 차원의 권리, 구체적으로 민족들의 권리를, 더 나아가 보편적 사랑을 펼치기를 요청한 것이다.

특히 교황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발휘함에 있어 ‘무상성’을 강조했다. 형제 사이의 사랑은 주고받는 ‘셈법’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카리타스)과 사마리아인의 영성이 보여주는 ‘무상의 사랑’이 실현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차별 없이 공급돼야 할 것이라고 요청하고 있다. 교황과 교황청은 올해 몇몇 부유한 국가가 코로나19 백신을 독차지하지 않고,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교황은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돌봄의 문화’야말로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담화에서 “위기의 폭풍우에 흔들리는 인류의 배가 그나마 조금 더 고요하고 잔잔한 항로를 찾으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인간 존엄을 배의 키로, 사회적 기본 원칙들을 ‘나침반’으로 삼으면, 우리는 안전한 공동 항로로 항해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돌봄의 문화는 오늘날 매우 만연해 있는 무관심과 버림과 대립의 문화에 맞서 싸우는 길이다. 올해 교황청과 세계교회는 모든 이의 존엄과 선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함께 연대하고 돌봄의 문화를 확산시키라는 교황의 요청에 따라 모든 인간의 존엄 증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과의 연대, 공동선 추구, 피조물 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애미대교구장 토머스 웬스키 대주교가 2020년 12월 16일 화이자제약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가 교황청은행 탑 옆을 행진하며 지나가고 있다.

2019년 11월 25일 교황이 도쿄 베르사르 한조몬에서 동일본대지진의 삼중재해 피해자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교황이 2019년 11월 21일 태국 방콕의 랏차보핏 사원에서 태국의 최고 불교 지도자 쏨뎃 프라 마하 무니웡 스님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 계속되는 교황청 개혁

지난해 8월 한 교계 외신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발표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교황청의 소식통을 인용해 새 교황령이 완성됐으며, 교황이 이미 서명했다고 전했다.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는 지난해 10월, 6인의 추기경 위원회가 교황청 부서 개편을 위한 새 교황령 갱신 초안을 검토했으며, 지난해 여름 전 세계에서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 교황령을 교황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새 교황령 발표가 임박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직후부터 교황청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지난 2019년 언론에 공개된 새 교황령 초안에 따르면, 교황은 새 교황령을 통해 교회의 핵심 사명인 ‘선교’에 방점을 두고 교황청의 조직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교황령 초안은 교황청 부서 수장을 포함해 교황청 지도자 역할에 더 많은 평신도를 임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인류복음화성과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합병한 부서를 교황청 조직표에서 신앙교리성보다 앞에 놓기로 했었다.

특히 교황은 교황청의 재정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많은 재정 비리와 연관됐던 시성성 장관 조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을 사실상 ‘경질’하고, 그동안 교황청 재무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교황청 국무원이 관할하던 교회기금 관리 권한을 사도좌재산관리처로 이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