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원할 우선적 선택으로 ‘형제애’와 ‘생태적 회심’ 강조 팬데믹에 교황청도 전례와 기도 신자들 없이 진행 교황, 특별기도회 열고 가난한 이웃 향한 관심 역설 생태위기 대처 촉구… 사회적 우애 주제 회칙 발표
올 한해 세계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느라 미사 중단 등으로 아픔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된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형제애적인 연대도 잊지 않았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발표해 모두가 서로 형제자매로서 사랑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점철됐던 2020년 세계교회 활동을 코로나19 대처와 함께, 코로나19 원인으로 꼽힌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한 대응, 회칙 「모든 형제들」 반포 등 키워드로 돌아본다. ■ 코로나19와 세계교회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특히 유럽과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중국과 동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코로나19 확산은 전 세계로 이어졌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는 3월 11일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자, 유럽의 각국 교회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중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교황청은 많은 신자들이 모이는 교황의 삼종기도와 일반알현을 인터넷 중계로 바꿨고, 교황이 주례하는 성주간 전례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도 신자들 없이 진행하는 아픔을 겪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 말, 교황이 감기 증세를 보여 전 세계 신자들이 근심했다. 또 교황이 거주하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교황을 경호하는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원 사이에 코로나19가 번지기도 했다. 다행히 교황은 감염되지 않았지만, 교황 최측근인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필리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교회 활동 백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7일 비 내리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회를 주례한 것이다. 교황은 주님께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인류를 보시고 위로해 달라고 간청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아파하며 죽어가는 이들, 병자를 돌보느라 지친 의료진,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을 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진 정치 지도자들을 돌봐달라고 간구했다. 교황은 기도회를 마무리하며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전 세계를 향해) 특별 강복을 내리기도 했다. 교회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고통받는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전교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지원 기금을 조성했다. 교황이 75만 달러를 출연한 기금은 전교 지역 국가에서 비극적인 참상을 겪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타글레 추기경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약자와 빈국의 부채를 탕감하는 ‘희년’(jubilee)을 제안하기도 했다. 가난한 나라들이 동원할 수 있는 적은 자원이나마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부유한 나라들이 외채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 담화에서 “가난한 나라의 부채를 줄이거나 탕감해주고, 이기심을 버리고 연대의 정신을 살며, 내전과 테러주의자의 공격을 중단하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여러 민족을 위한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교황청은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인간발전부) 산하에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 세계가 직면한 과제를 고민하고 코로나19 이후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위원회를 설립했다. 코로나19위원회는 보건 위기로 닥친 경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사회에 관한 성찰 및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