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자논단] 종래의 영성체 방법 고수한 이유 납득 안 가

대구 가톨릭신학원·장 엘마노 신부
입력일 2020-09-03 13:16:31 수정일 2020-09-03 13:16:31 발행일 1972-10-29 제 83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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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위원회의 제안 주교회의서 기각
한국적 토착화를 깨닫지 못한 처사 같기도
가톨릭시보 제836호에서「영성체는 입으로 통일」이란 제목하에 주교회의가 종래의 입으로 영하는 방법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성체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전례위원회는 손에 받아 영할 수 있게 교황청의 허가를 얻도록 주교회의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교회의는 이 건의를 기각하고 종래의 방법을 재확인했다.

필자는 이 결정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이 세상에 손이 있으면서도 입으로만 음식을 받아 먹는 사람이 있는지? 불구자가 아닌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게 정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영성체할 때만은 정상인처럼 먹지 말라고 하는지? 신자들이 종래의 방법을 아직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서 계몽해야 하지 않겠는지? 어머니들은 갓난아이들을 먹일 때 그들에게 음식을 직접 입에 넣어 주지만 성인이 된 신자, 사회에서 어른으로 행세하는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는 어린 아이로 행세해야 하는지? 작년에 시보에「토착화」에 대한 글이 많이 실렸는데 한국 풍속에 따르면 귀한 선물은 두 손으로 받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렇다면 성당에 들어가서는 교양 없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말인지? 한국 여성들은 웃을 때라도 손으로 입을 가리는 습관이 있는데 하물며 제일 엄숙한 전례 행사 때에 남 앞에 정신병자처럼 입을 벌려서 받아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랑의 침을 남에게 옮겨 주는 것이 유쾌한 것도 아니고 비위생적인데 그 방법을 고수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아직은 신자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허가를 신청하자는 전례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적어도 발전의 희망은 가질 수 있었겠는데 때는 이미 늦어 문은 닫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구 가톨릭신학원·장 엘마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