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시보 제836호에서「영성체는 입으로 통일」이란 제목하에 주교회의가 종래의 입으로 영하는 방법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성체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전례위원회는 손에 받아 영할 수 있게 교황청의 허가를 얻도록 주교회의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교회의는 이 건의를 기각하고 종래의 방법을 재확인했다.
필자는 이 결정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이 세상에 손이 있으면서도 입으로만 음식을 받아 먹는 사람이 있는지? 불구자가 아닌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게 정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영성체할 때만은 정상인처럼 먹지 말라고 하는지? 신자들이 종래의 방법을 아직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서 계몽해야 하지 않겠는지? 어머니들은 갓난아이들을 먹일 때 그들에게 음식을 직접 입에 넣어 주지만 성인이 된 신자, 사회에서 어른으로 행세하는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는 어린 아이로 행세해야 하는지? 작년에 시보에「토착화」에 대한 글이 많이 실렸는데 한국 풍속에 따르면 귀한 선물은 두 손으로 받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렇다면 성당에 들어가서는 교양 없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말인지? 한국 여성들은 웃을 때라도 손으로 입을 가리는 습관이 있는데 하물며 제일 엄숙한 전례 행사 때에 남 앞에 정신병자처럼 입을 벌려서 받아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랑의 침을 남에게 옮겨 주는 것이 유쾌한 것도 아니고 비위생적인데 그 방법을 고수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아직은 신자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허가를 신청하자는 전례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적어도 발전의 희망은 가질 수 있었겠는데 때는 이미 늦어 문은 닫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