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가톨릭주교단은 히로히토 천황의 사망과 관련, 애도의 뜻과 함께 신자들의 신앙적 자세를 촉구하는 뜻을 담은「가톨릭신자 여러분께」라는 특별성명서와 히로히토 국왕의 장례식과 아키히토 새 국왕의 즉위식에 있어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엄수할 것을 촉구한 대정부「요망서」를 1월9일 발표했다고 1월22일자 일본「가톨릭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주교단은 성명서를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천황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깊은 애도의뜻을 표하고 앞으로 행해지는 장례식과 즉위식 등의 제반행사를 통해 정치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인간을 신격화한다든지 인간이 만든 제도를 절대화한다든지 또는 특수한 민족주의를 보편화 시키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일본주교단 성명서는『가톨릭교회는 일본고래의 신도(神道)를 올바로 이해하고 신도가 가르치는 올바른 종교심에 대하여 존경을 표하는 것이지만, 메이지(明治)이래 특수한 형태로 천황제와 결합했던「국가신도」고 밝히고 최근 일본인의 일련의 움직임들이 과거의 잘못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의 마음을 우리들은(가톨릭교회)품지 않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한편 성명서는 일본거주한국인들의 지위향상을 지칭한듯『민족고유의 문화ㆍ전통ㆍ생활관습을 존중하는 것과 동시에 민족적인 통합질서를 가진 공동체로서의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소수라 해도 일본에 거주하는 타민족의 것도 동시에 살려 갈길을 찾는 것이 지금부터일본이 나아갈 과제』라고 밝혔다.
■ 日주교단 성명서(전문)
가톨릭신자 여러분께
주교단은 하느님께 부름을 받은 천황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명치(明治)천황폐하의 장기재위기간은 참으로 격동의 시대였읍니다. 그것은 전쟁과 패전, 부흥의 시대였읍니다. 그간 일본을 포함해서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2천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읍니다. 이 전쟁은 천황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천황은 이 기간 동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피할 수 없는 책임을 지고 있읍니다만 전후 40여 년간은 상징적인 천황으로서 세계의 평화를 원해 왔읍니다.
사람의 일생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하느님만이 합니다. 지금 우리는「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장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말씀을 명심하여 소화(昭和)에 있어서의 과오를 보상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공헌하는 결의를 새로이 다지고자 합니다.
이제부터 행해질 장의ㆍ즉위의 제행사, 그것을 둘러싼 정치ㆍ사회의 움직임가운데서 인간을 신격화하거나 인간이 만든 제도를절대화하거나 특수한 민족주의를 보편화 하려 하는 것이 없지 않나하고 주의를 표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에 있어서야 말로 전 인류의 일치와 교류가 달성된다는 우리들의 신앙을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사제단은 이들 제행사에 즈음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정교의 분리, 신교자유의 원칙을 엄수하려하며 정부에 대하여 요망서를 제출합니다.
정부에 대한 요망서
신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은 일본국 헌법의 하나로 규정되고 있읍니다. 정부에 드리고자하는 것은 일본국 헌법의 기본이념에 입각, 소화천황의 대상례(大喪禮)부터 새 천황의 즉 위례에 이르는 제 의례에 있어서 신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엄수할 것을 요망하고자 합니다.
1989년 1월 9일
일본 가톨릭주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