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조금만 참고 고생하면 내가 빨리 돈 벌어 엄마 고생 덜어줄게』하며 평소 지극히 효성스럽던 어린 딸은 너무나 어이없게도「달리는 흉기」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지난 18일 오전 등교길에 동생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질주해 오던 버스에 치여 숨진 대구 종로국민학교 5학년 1반 신을남(마리아·11)양은 커서 부모를 돕겠다던 효심을 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끝내 숨져갔다.
신양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부모를 떠나 효성국민학교 근처의 셋방에서 살면서 동생 신을랑양과 둘이서 학교에 다녔다.
신양의 부모는 동양자동차 교습소에서 잡일과 양계를 거들며 일주 한 두 차례 다녀갈 정도로 생활고에 허덕였다.
사고 당일도 여늬 때와 같이 옆방 아주머니가 지어준 밥을 먹고 동생과 함께 학교로 가던 중 동원예식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변을 당한 것이다.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동료를 잃은 종로국교 어린이들은『운전사 아저씨들 너무합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교통 질서를 지켰는데 이럴수가 있습니까? 』고 울부짖으며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아픔도 이에 못지 않았다. 언제나 친구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해 주고 도와주던 신양을 잃은 이들 어린이들은 이제 다시는 신양을 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눈시울을 적셨다.
21일 일요일 오후 4시에 거행된 어린이 미사에서 종로국교 5학년 1반 박혁(안드레아)군은『우리들의 친구이신 예수님, 모든 운전하는 운전수 아저씨들에게 힘을 주시어 운전에 부주의함이 없도록 도와 주시고 운전 부주의로 숨져간 우리 친구들의 영혼을 아버지 나라에 받아 주소서』하고 목이 메이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또 다시 교통사고로 동료를 잃는 아픔을 되씹지 않고 친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운전수 아저씨들과 교통 경찰관 그리고 보행자들의 주의와 각성을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