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ㆍ최석우 신부) 는 6월 20일 오후 2시 연구소 도서실에서 제73회 교회사 연구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청주교구 영동본당주임 김유철 신부가 「복음화 과정으로서의 토착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그리스도의 명을 따라 복음을 선포하고 세례를 줄 뿐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안에 모든이라 살도록, 즉 모든 이가 복음을 생활화하도록 가르치는 「복음화」에 있다.
그런데 이 복음은 여사 성안에 제한된 특정지역 즉 유대문화를 매개체로 교회에 주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 안에 살고있는 모든 이에게 선포하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 문화에 걸맞는 재해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문화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생활양식으로서 인간의 끝없는 욕구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하기에 재해석의 문제는 계속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속에「강생」또는「육화」되어야 함과 같이 토착화란 바로 이 강생원리에 따라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과 삶을 주어진 문화안에 강생시키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즉 토착화란 복음의 메시지와 삶이 한 문화 안에 강생되어가는 생명력 넘치는 과정 총체로서 살아있는 교회의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토착화는 모두 3단계의 「연속적 회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제1단계는 교회가 청중의 문화적 요소들을 배우며 적응해 나가는 단계로 그 지역주민들의 입교수가 증가하고 지역본방인 성직자가 배출되어야 본격적인 토착화작업에 돌입할수 있다. 제2단계는 복음과 문화가 「동화」 되어지는 단계로 교회공동체는 그들의 문화와 크리스찬복음이 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의 공동체」 혹은「표시 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의 가치가 그 지역 문화속에서 인정받기 시작할때 세번째 「변형」의 단계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교회는 문화적 가치들을 복음안에 재해석하고 재조명해보는 중대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토착화를 논하기 위해선 먼저 각문화안에 있는 가치를,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유산으로 인정하고, 예수님의 강생을 가장 완전한 토착화의 모델로 삼아야한다는 신학적 기반이 전제되어야한다. 왜냐하면 문화뿐 아니라 복음의 메시지와 생활 역시 토착화 과정에서 죽고 부활하는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 한국교회에 나타난 토착화의 실례와 토착화에 필요한 영성을 몇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1백50년 이상의 잉태기를 거쳐 탄생죄 한국 교회는 초창기 의신자 이벽ㆍ 정약종ㆍ이승훈 등의 노력으로 교회서적이 번역되고 우리말 교리서가 저술되는 등 생활속의 토착화가 매우 생동적으로 진전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문화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충ㆍ효사상에서 어쩔수 없는 충동을 피할 수 없었고 따라서 초기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순교」라는 월계관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활발하게 진전되던 토착화의 과정도 침체되어 버렸고, 한국문화에 친근치못 한 선교사들에 의해 교회활동이 주관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부분적인 발전 이외에 는 이렇다할 토착화 과정을 겪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60년대 초 드디어 한국교회는 독립된 교계제도를 갖춘 교회로 발전하게 되었고 70년대부터 복음의 빛 아래 한국문화 전체를 변형해가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토착화에 있어 세번째 단계에 돌입하게 되었다.
토착화란 크리스찬 진리를 청중이 알아들을 수 있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의 총체이기에, 교회는 이를위해 인내와 겸손의 자세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회가 「모든 것을 비운다」는 영성으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인간구원을 위한 도구로서 활동할 때 진정한 토착화는 가능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