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구 남산본당 주부신자들 "신학생 세탁봉사 7년"

입력일 2019-08-30 17:45:21 수정일 2025-07-16 10:09:31 발행일 1988-07-10 제 161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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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제 탄생에 보람 느껴” 
대구가톨릭大 설립 때부터 주2회 봉사 
대구가톨릭대학 설립때부터 7년여동안 신학생들의옷을 빨고 다리미질을 해온 남산본당 신자들.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앞산공원 산기슭에 자리 잡은 대구 가톨릭대학. 매주 월ㆍ화요일이면 이곳 지하실에 있는 세탁실에는 시골 동네 아낙네들이 우물가에 둘러앉아 빨래를 하는듯한 정겨운 풍경이 벌어진다.

한주일 동안 일어난 세상사에 대해, 신앙생활에 대해 화제의 꽃을 피우다보면 산더미처럼 쌓여진 옷가지는 어느새 없어지고 사람들은 벌써 일이 끝났다는 듯 마냥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이 같은 모습은 대구 가톨릭대학 설립과 함께 지금까지 7년여 동안 신학생들의 옷을 빨고 다리미질을 하면서 신학생들의 세탁을 도맡아온 대구 남산동본당(주임ㆍ서정덕 신부) 신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남산동본당 신자를 주축으로 매번 20여명이 1백여명의 신학생들 옷을 월요일에는 빨래를 하고 화요일에는 다리미질과 옷을 수선하는 것으로 한주간의 일을 완료, 신학생들에게 항상 깨끗한 옷을 선사한다.

이들이 신학생들을 위한 세탁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초창기 가톨릭대학 설립당시의 갖가지 어려움 중 자신들의 힘으로 덜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우연한 기회에 이곳 대구가톨릭대학에서 신학생들의 의복관리를 맡고 있는 서수산나 수녀로부터 세탁봉사의 의뢰를 받고 이들은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처음 6~7명으로 시작된 신학생들의 세탁봉사는 항상 기도로 시작, 기도로 끝나는 즐거움속에서 행해졌다.

그래서인지 손수 많은양의 빨래를 해도 피곤한줄은 조금도 몰랐다고 모두들 얘기한다.

또한 학년의 증가와 함께 신학생수도 불어났지만 그때마다 대형세탁기와 탈수기가 갖춰졌음은 물론 봉사자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들은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전기료를 아끼기위해 가능한한 세탁기를 사용하지않고 손수빨래를 하면서 스스로 희생과 봉사의값진 체험을 하려고한다.

처음 시작 때부터 신학생들의 세탁봉사에 참여한 한아주머니는『모두들 서로가 옷을 하나라도 더 빨려고 허리한번 펴지 않고 일을 한다』면서『혹시 신학생들의 옷이 더러운 것 같으면 모두들 자기 탓이 아닌가하는 염려 아닌 염려를 한다』고 세탁봉사의 분위기를 전한다.

남산본당 연령회 회장으로서 신학생들의 세탁봉사를 주도해온 윤정애(아가다) 할머니는 대구 가톨릭대학에서 처음 맞는 사제서품식에 대해 『7년여동안 우리의 손길이 미친 신학생들이 성장, 사제서품을 받는다고 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번에 사제서품을 받는 대구가톨릭대학 부제들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조그만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다.

 

강신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