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수년 전부터 추진하여온 신뢰회복운동이 「내탓이오」라는 표어를 차량용 스티커로 제작 배포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평협이 1983년 정기총회결의를 통해 전개해오고 있는 신뢰회복운동은 교회뿐만 아니라 혼탁한 이 사회 전체를 정화시키고 계도하는자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취지는 너무나 옳고 당연한 것이었기에 누구나 공감하는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의 당위성은 오히려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운동으로 비춰진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운동이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하여온 것은 실천사항들이 대체로 추상적이었고 너무 크고 광범위하였기 때문에 실천운동으로서는 막연한 운동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9월 24일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자신의 승용차에 「내탓이오」스티커를 부착함으로써 시작된 「내탓이오」는 이미 장안의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표어는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막연하게만 느껴져온 신뢰회복운동이 구체적인 모습의 실천운동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내탓이오」라는 표어가 나오기까지는 평협이 수년동안 끈질기게 신뢰회복운동을 위해 노력해온 작은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중적인 캠페인은 취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아이디어 창출과 함께 투자가 뒤따라야한다는 사실을 재상기시켜주고 있다.
차량용 스티커 「내탓이오」는 이미 알려진대로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상징(심볼)을 도안한 신명우씨의 작품이다. 이 스티커의 반원형은 둥근 성체의 쪼개어진 형상으로서 「나눔」의 정신. 곧 「내탓이오」정신을 잘 나타내 주고있다.
평협은 이 스티커의 도안ㆍ제작비에 적지않은 재원을 투입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표어를 통해 교회와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밝고 건강해진다면 이것은 값진 투자임에 틀림이 없다.
이 사회가 각박해지고 급해지는 요인은 잘못의 원인이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겸손(내탓이오)의 결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의 탓이 아닌 나의 탓으로 여기는 희생정신이 값어치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사회는 분명 병든 사회이다.
병들어가고 있는 교회와 병든 사회를 치유하자는 운동이 신뢰회복운동일 것이다. 이제 평협의 신뢰회복운동은 「내탓이오」라는 표어를 통해 우리에게 보다 선명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있다.
미사 때마다 고백하여온 「내탓이오」가 새롭게 들려오는 것은 우리의 뉘우침이 얼마나 형식적이며 습관적이었던가를 반성하게 해준다. 「내탓이오」의 삶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