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청소년 상담사례] <18> “엄마잔소리에 공부더 하기싫어요”

이희한<서울성동고교사>
입력일 2019-07-08 15:44:02 수정일 2019-07-08 15:44:02 발행일 1988-01-24 제 158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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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만 칭찬하고 항상 꾸짖기만

가정분위기 바꿔서 결손치료해야
『거기가 유스티노 선생님댁입니까?』

『네、제가 유스티노 입니다』

『저、○○동에 사는 웅진이 어머니입니다. ○○씨의 소개로 선생님을 좀 뵙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있으신지요?』

『전화로 안되는 것입니까?』

『전화로는 곤란합니다. 직접 뵙고싶은데요』『좋으시다면 지금 오시지요』

40초반이나 될직한 어머니와 자리를 같이했다.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울기시작했으므로 가만히 기다렸다. 1남 1녀의 어머니이고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산지가 10여년이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이모님 댁에 맡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조금 자리가 잡힌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지금은 조그만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있다. 웅

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막내 미혜는 중3이다. 갖은 고생 다하며 사는데 아이들이 속을 썩인단다.

『구체적으로 아이들이 어떻습니까』『공부라고는 조금도 안합니다. 그리고는 항상 어미와 의견충돌로 이제는 보기도 싫고 홀로 나가버릴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후 웅진이와 미혜 어머니와 함께 자리를 했다. 『엄마는 항상 잔소리가 많습니다. 항상 명령하고 잔소리만 합니다.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고 책상에 앉으려면 꼭 잔소리를 해서 마음을 상하게하니 저도 미치겠습니다. 저라고 저희집 사정과 엄마 사정을 모르겠습니까?』

웅진이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모님 댁에서 그는 늘 핀잔을 받고 자랐으며 항상 매맞을까 걱정했다는 것이며 자기도 모르게 동생을 미워하게 되었다. 항상 동생만을 칭찬하고 모든 일에 책임은 자기가 져야했다. 어릴때 기억으로 아버지는 매우 무서운 분이며 술만 먹고 어머니와 다툰 기억밖에는 없다.

지금은 마음잡고 공부하려 해도 습관이 되어서인지 항상 불안하고 마음이 잡히지 않아 공부를 못하겠고 친구도 없다. 다른 아이들과 너무 차이가 많이나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너무 유치하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는 늘 집안에만 있으며 TV앞에서 하루를 보낸다. 어머니가 퇴근하시면 어머니가 유일한 친구다. 그러나 어머니는 피곤하셔서인지 내말을 안들어주신다.

흔히 결손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얘기하는 것은 많이 듣고있지만 이런 웅진이의 경우에서도 결손가정의 문제를 볼 수 있다.

그후 일주일에 한번씩 상담을 계속해 나갔다.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자녀들에게 투사된 여러장면을 스스로 얘기하시게 되고 웅진이는 집단상담을 받을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흔히 사춘기에 있는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자기 발견을 도화줄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학교현장과 사회의 무관심이 웅진이와 같은 경우에도 방치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후 웅진이 가족과 함께 하는 형ㆍ누이를 자원봉사자로 구성하여 함께 만나 얘기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웅진이의 가족은 8명이 되었다.

지금은 모든 문제를 가족과 함께 의논하고 함께 놀러가고 함께 어울려 살수있는 방법을 제공한 후에 웅진이는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다. 스스로 공부하고 친구들을 집에 대리고 오게되었다. 동생 미혜도 고입 연합고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보았다. 이번 연말에도 모든 식구가 함께 하는 망년회를 계획하고 있다. 아버지의 역할과 형ㆍ누이의 역할이-온가족구성원들이 자기역할을 하는것-화목한 가정의 역할이 이렇듯 중요함을 새삼느낀다.

이희한<서울성동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