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모자이크와 찬란한 장식으로 꾸며진 ‘황금 성당’
이탈리아 북동부에 자리한 베네치아는 물과 예술의 도시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기차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베네치아 역에 내리면 육지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좁은 골목길과 출렁이는 물결, 사람과 짐을 분주히 실어 나르는 작은 배 곤돌라, 골목을 돌면 나타나는 정겨운 집들과 오래된 건물, 아담한 상가와 고풍스런 성당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베네치아에서는 집에서도 창문을 열거나 혹은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어디서든지 푸른 물을 마주치게 된다. 출렁이는 물결과 그 위에 쏟아지는 햇빛, 갈색의 지붕과 흰 대리석 건물은 이 도시를 더욱 빛내준다. 지중해에 위치한 이 도시는 오래 전부터 주변 국가들과 상거래를 활발히 하며 부를 쌓았고, 사람들은 집이나 저택을 아름답게 꾸미며 크고 작은 성당을 건축했다. 이를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회화에서 독특한 베네치아 화풍을 만들었다. 덕분에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했던 유명 화가 티치아노(Tiziano, 1485(?)~1576년), 틴토레토(Tintoretto, 1519~1594년) 등의 작품을 성당이나 미술관에서 쉽게 볼 수 있다.베네치아에는 여러 미술관과 공예품 전시관이 있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도시 곳곳에는 여러 성당이 있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웅장하면서도 대표적인 곳이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Cattedrale Patriarcale di San Marco)이다. 이 성당은 내부에 장식된 금빛 모자이크와 찬란한 장식 때문에 ‘황금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제단에는 알렉산드리아로부터 온 것으로 여겨지는 베네치아 수호성인 마르코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공사는 978년에 시작돼 1092년에 마쳤는데, 이탈리아 특유의 비잔틴 양식으로 완성됐다. 성당의 길이는 76.5m, 폭은 62.5m이며 돔의 외부 높이는 43m이다. 서양과 동양의 건축 양식이 결합된 이 대성당의 모델은 바로 터키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이라고 한다. 그리스 십자가 형태의 평면도를 바탕으로 건립된 성당의 각 지점에는 파의 씨방 모양을 본뜬 지붕이 다섯 개 있으며, 주변 첨탑은 성인상으로 장식돼 있다. 대성당 입구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장식됐고, 내외부는 화려한 모자이크로 꾸며졌다. 모자이크는 지붕의 창문으로부터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황금색으로 빛난다. 이 빛을 통해 성당 내부는 세상의 물적 공간이 아닌 천상의 영적 공간으로 변화된다. 성당 전체를 장식한 모자이크의 주제는 천지창조부터 성령강림까지 구세사의 중요한 대목에서 따온 것으로, 작품들을 살펴보면 성경 전체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