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세계도처 천재지변에 인재 겹쳐, 어느나라를 먼저 지원해야하나?

입력일 2017-07-17 17:50:44 수정일 2017-07-17 17:50:44 발행일 1992-09-13 제 182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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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ㆍ내전ㆍ지진ㆍ태풍 등 계속
정치인 “늑장” 비극 확대 요인
참상 담은 사진보고 세계 “경악”
최근 전세계는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신종」잔혹행위에 대한 공포로 전율했다.

소말리아의 기아로 인한 수백만의 참상과 구(舊) 유고슬라비아공화국의 포로수용소에서 학대받는 수용자들의 생생한 사진에 충격을 받아 전세계는 금년 여름부터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 두가지 사태는 일년 이상 지속되어온 불길한 전조에 관심을 기울였었다면 미연에 방지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흡사 예정이라도 된듯이 계속되는 무력분쟁과 재난으로 인한 전세계적 소요는 부분적으로 유엔과 여타국들의 늑장에 기인하지만 그런 행동의 지연을 야기한 주범은 명백히 정치라고 몇몇 업저버들은 지적한다.

1991년 봄 이후 구 유고 공화국내의 여러 파벌들은 죄라고 해야 이질적인 민족속에 섞여 살았다는 것밖에 없는 사람들을 전지역에서 조직적으로 제거해 왔다.

유엔과 미국 및 유럽의 정부들은 내내 사태를 주시하며 이따금 관심을 표명하고 교전국들인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및 보스니아에 완곡한 경고를 발해왔지만, 결국은 교전주체들이 스스로 자제하도록 물러나 관망했던 것이다.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대규모 전투를 개시한 거의 동시에 합동구호기구는 전쟁으로 인해 소말리아에 기근이 닥쳐오고 있으며 그것은 동부아프리카에 위치한 그 나라 전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아직 대량의 기근상태는 없지만 아사직전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이에게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전부 굶어죽을 것이다』라고 1991년 5월의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난민위원회의 정책분석가인 히람 루이즈가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개월 뒤 소말리아의 피골이 상접한 아이들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진 고문을 받은 수용자들의 사진을 보고서야 전세계는 충격속에 구호 및 중재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8월 중순 현재, 세르비아의 인종청소운동으로 자기들의 고향마을에서 축출된 난민이 2백50만명이며, 보스니아에서는 8천내지 3만5천명이 살해되었다. 소말리아에서는 이미 수만명이 아사했으며 유엔은 앞으로 1백50만명이 더 아사할지도 모를 절박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본다.

1980년대초, 이디오피아가 대기근을 겪고난 후, 구호기구들은 반복될 지도 모를 재난을 예측하기 위하여 조기 경보체제를 마련했다. 이것이 소말리아와 인접해 있어 현재 같은 한발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이디오피아, 수단 및 케냐가 대규모의 기근을 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단지 소말리아의 경우에는 내전 당사자들이 식량을 무기로 이용하여 공급로를 차단하고 공급을 제지했기 때문에 사정이 달랐다.

타국의 영토를 불법 가로챈 역사때문에 「소말리아인들이 인접국들에게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원조활동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격변하는 국제정치적기류 또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즉 과거 미국은 아프리카전역에 전략적 중요성을 부여했으나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를 축소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날로 악화되는 소말리아 기아상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아프리카인과 유럽인을 원조하는데 있어 차별을 두고 있는 세계각국의 지도자들을 힐난하고 나서야 비로소 소말리아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한편 구 유고공화국에서는 마을이 차례로 초토화되었으며 민간인들이 살해되기나 추방되었고 수천명이 황량한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

『사람들은 유고사태를 외부인들은 손쓸수 없는 인종적 갈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미국 가톨릭 협의회의 「국제정의 및 평화사무소」 소장인 예수회소속 드류 크리스치안슨 신부가 말했다. 특히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교전하고 있을 때에는 크로아티아 마을이 초토화되었다는 뉴스다음에는 인접한 세르비아 마을이 소개되었다는 뉴스가 으레히 뒤따랐다.

경제통합을 위해 골몰하고 있는 유럽의 지도자들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전쟁에 개입하길 꺼렸다.

『신문도 뉴스보도의 형평을 이루기 위하여 공조체제로 주장과 반주장을 제시해왔기 때문에 고정된 논조를 바꿀 수가 없었으며 대중만이 진실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크리스치안슨 신부는 꼬집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정부도 혼동을 했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수십만명이 강제퇴거되었다고 보고하고 나서야 비로소 세르비아가 침략의 원흉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걸프전이 종결된 후, 조속한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 어떠한 분쟁에도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편견이 있었다. 냉전기간 동안 구 유고가 비축한 방대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세르비아는 장기적인 비정규전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민과 다른 민주국가 국민들은 장기적이고 막대한 전비가 드는 전쟁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세르비아를 격퇴하기 위한 토론장의 압도적인 분위기였다고 크리스치안슨 신부는 밝힌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소말리아나 보스니아에 대한 원조가 지역된 것은 악의적이라기 보다는 부분적으로나마 전세계가 연속된 재난으로 기진맥진해 있기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지진, 화산분출, 허리케인,내란, 기근 및 기타 재난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구호기구의 방대한 규모의 지원과 이에 수반하는 대중의 재정적 지출을 강요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