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수도의 길목에서] 직녀성의 날개옷

김옥희修女·한국순교복자수녀회
입력일 2017-07-13 14:24:38 수정일 2017-07-13 14:24:38 발행일 1992-08-30 제 181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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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음력 칠월칠석날밤에 마당에 나 앉으니 밤하늘에 별들이 손에 잡힐듯하고 은하수의 별꽃비들이 쏟아질것 같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이런 하늘이 끝없이 신비로와 고개를 하늘에서 뗄수가 없었다. 또한 이다지도 찬란한 아름다운 것을 지으신 분의 솜씨를 찬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뿐만아니라 이 별들의 하나하나의 크기와 몇백광년의 거리를 고사하고 오늘밤 나의 작은 눈속에 이들 수만개의 별들을 담을 수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나는 이 수없이 많은 별중에서 오늘 칠월칠석의 주인공인 직녀성과 견우성을 찾아 보면서 이태전에 TV에서 본 국극악을 생각했다. 그 내용인즉 금강산 나뭇꾼에게 하늘마을의 선녀가 날개옷을 빼앗겨서 할수없이 지상생활을 하는데 얘기를 셋낳을때가지 날개옷의 비밀을 지키라고 나뭇꾼에게 신세를 진 사슴이 일러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만 이 나뭇꾼은 애기 둘을 낳자 이제는 하늘마을에 관한 생각을 까맣게 잊었겠거니 하고 선녀에게 날개옷의 비밀을 털어놓고, 그 날개옷을 내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선녀는 그 날개옷을 걸치고

두 아기 마저 데리고 그립고 그립던 하늘마을로 올라가 버렸던 것이다. 산에서 돌아온 나뭇꾼은 귀가 막혀서 탄식하다가 결국 자기도 사랑하는 하늘부인과 애들이 있는 하늘마을로 올라가기로 결심하고 마침 금강산 약수를 하늘에 떠올리는 선녀들의 두레박에 담겨서 하늘마을 궁전에 들어갔다. 하늘마을 옥황상제는 대단히 노하여 지은 죄가 한두가지가 아닌 나뭇꾼을 앞에 놓고 엄한 재판을 하였다.

그런데 큰 하나의 난제에 부딪치고 말았다. 즉 「왜 지상의 한낫 나뭇꾼이 하늘나라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서 같이 살았는가?」의 질문이었다. 이때 기가 죽어있던 나뭇꾼이 당당하게 대답하기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늘의 옥황상제는 깜짝 놀라면서 「사랑이 무엇인고?」라고 되물으면서 주위에 있는 모든 하늘마을 가족들에게 사랑에 대해서 아는 이가 있으면 설명하라고 했다. 그러나 하늘나라는 마냥 좋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지상에서 사랑의 고통을 체험했고 한때 날개옷을 잊어버려서 희노애락을 겪었던 직녀만이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하늘나라 가족은 전혀 사랑의 어려움에 대한 체험이 없어서 이해가 가지않았다. 결국 재판결과 상제님은 은하수 양편에다 견우 (나뭇꾼) 와 직녀를 갈라놓고 일년중 칠월칠석에만 기만 하기 때문에 사랑의 실천의 어려움이나 고통에 대해서 체험한 어느 누구도 만나게 하였다는 누구나 잘 아는 우리한국의 민담이다.

나는 가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 보면서 하늘마을에는 사랑하기 위한 어려움이나 괴로움, 十字架가 없어서 심심하고 재미없을것 같다고 생각해 보면서 직녀성의 날개옷, 즉 사랑과 자유의 깊은 의미를 음미해 보면서 무더운 여름밤을 좀 시원하게 보내고 싶다.

김옥희修女·한국순교복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