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故) 박범숙씨 유언, 마산교구에 “복지사업에 써 달라” 2백억원 기증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7-06-04 12:09:17 수정일 2017-06-04 12:09:17 발행일 1992-05-17 제 180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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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소리들으며 근검
일ㆍ부동산 구입 모두 “억척”
청소년ㆍ노인사목 다양하게 전개
한 할머니가 78년동안 독신으로 살면서 근검절약으로 모은 돈 2백억여원을 복지사업에 써달라며 교회에 기증하고 임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신자들은 물론 교회밖 세인들에게도 화제가 되고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27일 경남 창년군 성산면「나자렛 예수자매수녀원」에서 간암으로 숨을 거둔 박범숙(로사) 할머니.

박할머니는 생전에도 수십년간 사회복지사업을 펼쳐오던 분으로서 유언을 통해 현금41억원과 1백61억원 상당의 부동산ㆍ임야 등을 마산교구가 맡도록 기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마산교구는「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재산을 써달라」는 박범숙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지난 3월 20일 마산교구 총대리 김용백 신부ㆍ고성 예수의 작은마을원장 김석좌 신부를 중심으로「사회복지 범숙재단」을 설립하고 청소년ㆍ노인회관 건립 등 지속적인 복지사업전개를 구상중에 있으며 각종 장학사업도 추진할 예정으로 있다.

또한 마산교구는 이러한 사업추진을 위해 복지사업분야에 활동할 수도자양성을 목적으로「나자렛 예수자매 수녀원」(지도ㆍ유봉호 신부)을 창립했다. 박할머니가 눈을 감은 장소이기도한 이 수도원은 지난 4월 27일 성당축성식을 가졌다.

삼랑진「성가복지원」, 부산 망미동「로사 사회봉사회」등 생전에 이미 두개의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했던 고인은 평소 철저한 근검절약생활로 절제의 덕을 보였으며 옷가지 하나로 십여년을 버티면서도 복지사업에는 큰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주위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1914년 평남 평원에서 출생한 박할머니는 경성제대의학부부설 간호학과를 수료하고 이화여대 의예과를 다니다가 수녀원에 입회하기도 했으나「말단 비대증」이라는 호르몬분비 이상의 건강문제로 수녀원을 떠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할머니는 미국 인디애나주 노루메딩대학 유학을 마치는 등 학업에도 남다른 정열을 나타냈다.

6ㆍ25후 부산에 정착한 박할머니는 미군부대 근처에 터를 잡아 부대를 대상으로 세탁업 등을 하면서 전쟁고아들을 돌보았으며 이때 모은 한푼 두푼으로 부산 망미동ㆍ김해ㆍ창녕지역 임야를 사두었던것이 지가상승으로 큰돈이 되었으며 이것이 사회사업기금으로 쓰여질 수 있었다고 할머니와 유언공증증서 집행이 최종규(스테파노ㆍ부산 서동본당)씨는 밝히고 있다. 『할머니는 불쌍한 이 돕는 것 외에는 신경쓰지 않았고 근검절약이 생활 신조』였다고 전한 최씨는『일부 매스컴에서는 남긴 재산이 3~4백억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면서『아끼며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셨으니 그돈이 더욱 좋게 쓰여지게 될것』이라고 덧붙인다.

평소 워낙 외곬수로 돈을 저축하던 까닭에 일부 주위사람들에게 냉정하다 소리를 듣기도 했던 박할머니. 그러나 「그런 억척이 큰돈을 모아 사회사업기금으로 쓰일수 있게 하지 않았겠느냐」는 평이 높은 편이다.

김용백 신부와 함께「사회복지범숙재단」구성에 참여하고 할머니가 생(生)을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김석좌 신부는『임종전 할머니는「이제 세상에서 할일은 다했고 하느님앞에 나가는 일밖에 없다」고 얘기했으며「자신의 재산기증사실도 조용히 처리해달라」당부했다』고 전언.

항암제 투여를 거부하면서 죽음을 그대로 수용하는 한편 마지막 재산정리에 정확성을 기하려고 노력했다고 할머니의 임종전 모습을 회고한 김신부는『평신도로서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큰일을 하셨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