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죄인이라 부르는 저를 품어주시고 제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해 주셨습니다.” “나를 사람으로 받아준 이들과 함께한 이곳이 천국이요, 천주님과 예수, 마리아를 뵈올 저승도 천국이니, 나에게는 두 개의 천국이 있는 것 아닌가.”
‘백정’ 신분으로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순교의 칼날을 받았던 복자 황일광 시몬의 삶과 신앙을 그린 순교수난극이 7월 9일 오후 7시30분 대전교구 홍성성당에서 초연됐다. 교회예술기획 ‘공간 광’ (대표 정준구)의 순교수난극 ‘고통이 깊을수록 영광은 빛이 되어’ 두 번째 작품으로 마련된 이날 공연에는 200여 명이 함께했다. 보령 등 인근 지역과 서울에서도 관객들이 찾아 순교수난극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1800년 초겨울 조선 한양 정약종의 집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수난극은 총 4막으로 구성, 복자 황일광이 포도청에 잡혀 옥고를 치르다가 배교 권유를 뿌리치고 당당히 신앙을 고백하며 홍주에서 순교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공간 광’이 시도하고 있는 순교수난극은 어둠 속에서 성악가들의 노래와 대사, 오르간 반주와 함께 스크린에 비춰지는 자막으로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독특한 형식이다. 음악과 자막으로 순교자의 삶을 감상한다는 면에서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극에 다가갈 수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공간 광은 이번 공연을 위해 황일광 시몬의 성화를 강경미(실비아) 작가에게 의뢰, 직접 제작했다. 대본은 유은희 수녀(주교회의 시복시성준비위원회 역사위원)가 맡았다. 정준구(십자가의 성 요한) 대표는 “백정이라는 신분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굴레를 스스로 이겨내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간 삶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다음 작품에서는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 선교사의 삶을 다루고 싶다”고 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홍주성지 전담 최교성 신부는 “황일광 복자는 비천한 신분이었지만 이웃에게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일깨운 당대 최고의 선각자”였다면서 “124위 복자 중 제일 처음으로 황일광 복자의 음악극이 공연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빈곤한 상태”라며 “하느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영원한 생명을 찾은 복자의 영성이 이 음악극을 통해 세상에 널리 퍼져 우리들의 삶의 좌표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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