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또 다른 주바라기와 솔봉이를 기다리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6-04-27 10:36:20 수정일 2016-07-19 09:38:19 발행일 2016-05-01 제 299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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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서울 광장동본당에서는 8지구 장애부 주일학교 ‘주바라기’의 10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됐다. 같은 날 명동성당에서는 장애부 주일학교 솔봉이가 2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주바라기 기념미사를 참례한 15명의 장애 학생들. 발달장애 증세를 보이거나 지적장애 등이 있는 학생들이었지만 누구 하나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서와 보편지향 기도를 또박또박 읽고, 미사를 주례하는 신부님의 말씀에도 꼬박꼬박 대답하는 등 열성을 다해 미사에 참례했다.

이 학생들이 원래 이렇게 얌전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년 동안 장애부 학생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기울였을 교사들과 학부모의 노력이 눈에 선했다. 또한 긴긴 세월동안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인내를 몸에 익힌 아이들도 대견했다.

그동안 수십 명의 장애부 학생들이 이처럼 성당에 나와 미사를 드리고 교리를 배울 수 있던 것은 어느 장애 아동 어머니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당 홈페이지에 장애아 부모로서 아픔을 신자들과 함께 나누고 아이의 신앙생활을 위해 교회가 나서줄 것을 요청하면서 주일학교가 시작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어머니로서, 장애부 주일학교 교사로서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이 어머니는 장애 아동에 대한 더 큰 관심을 교회에 요청했다. 서울대교구 본당 중 장애부 주일학교를 운영하는 곳은 고작 12개다. 적어도 지구별로 하나씩은 운영해 이들의 신앙생활을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말이었다. 이에 올해 초 신설된 장애인 신앙교육부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