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아프리카 오지에 희망 나비 날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사진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입력일 2016-01-05 05:15:00 수정일 2016-01-05 05:15:00 발행일 2016-01-10 제 297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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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 잃은 엄마, 아들 꿈 이루려 마다가스카르에 학교 세워
지인들과 후원자 아름다운 동행… 오지 마을에 ‘관악밴드’도
‘세쿨리 마리아 응석’ 학교 설립 기금을 봉헌한 이 사비나씨가 마디우 라누 마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새해, 새로운 배움의 길에 들어서게 된 어린이들의 감사 인사가 아프리카에서부터 한국으로 날아들었다. 난생 처음 ‘학교’에 앉아 저마다의 꿈과 신앙을 키우고 있는 어린이들의 인사였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툴레아 지역. ‘마디우 라누’는 그 지역에서도 오지마을에 속한다. 어린이들과 한국 후원자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그곳 마디우 라누 학교를 디딤돌 삼아 시작됐다.

‘마다가스카르 쌘뽈 밴드’가 김병헌 선생의 지휘로 학교 축복식에서 연주할 곡들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마디우 라누에서는 ‘세쿨리 마리아 응석’(Sekoly Maria EungSeok)이라는 이름의 학교 축복식이 거행됐다.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맨발로 걸어온 이웃들까지 800여명의 지역민들이 한데 모여 축제를 펼쳤다. 행사장을 들썩들썩하게 만든 ‘마다가스카르 쌘뽈 밴드’의 연주도 일품이었다.

새로운 수업 과정이 지원되면서 이곳 어린이들도 ‘교실’이라는 곳에 앉아 연필도 악기도 잡을 수 있게 됐다. 책을 읽고 싶다는, 소리 높여 성가를 부르고 싶다는, 세상 곳곳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꿈이 시작된 것이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마다가스카르 관구가 운영하는 이 학교는 이 사비나씨의 헌신으로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오래 전 어린 외아들을 잃었다. 아들이 못다 이뤘던 꿈을 품고, 한 명의 아이라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고 싶은 마음을 수십 년간 키워왔다. 그런 마음은 마디우 라누의 어린이들을 만나자 봇물 터지듯 밀려나왔다. 학교 교사로 봉직하며 모은 돈 전부를 학교 건립 기금으로 봉헌했다.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반복한 그는 “오지마을 아이들도 여느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똑같이 배우고 신나게 어울려 놀며 각자의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는 말만 전했다. 그런데 왜 굳이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갔을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선교수녀가 마다가스카르 오지에서 헌신하는 모습, 지기지우(知己之友)들이 봉사하는 모습 등이 마음의 문을 두드린 덕분이었다.

그의 신앙적 지우인 김병헌(스테파노·78)-김영숙(마리아·71)씨 부부는 마디우 라누 마을에서 ‘마다가스카르 쌘뽈 밴드’를 창단한 주인공들이다.

김병헌 선생은 40여 년간 고등학교 음악교사이자 원주 지역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봉사활동도 펼쳐왔다. 2013년부터는 해마다 마다가스카르를 직접 방문해 오선보를 그어주고 ‘도레미…’ 계이름부터 가르쳤다. 그가 지휘를 맡고 있는 원주 실버악단 단원 중 일부가 흔쾌히 동행했다. 또 다른 단원들과 옛 제자들은 저마다 후원금과 악기, 각종 비품 등을 기증하고 나섰다. 종교와 나이 등을 뛰어넘어 자발적으로 모은 마음이었다. 2014년에는 마디우 라누 마을에서 34인조 관악밴드가 탄생했다.

이 씨와 김 씨 부부는 “마다가스카르에 학교와 같은 희망공작소를 세우게 된 것은 하느님께서 미리 안배해주신 여정이었음을 새삼 절감하며 지낸다”면서 “아주 작은 정성과 바람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학교를 세우고, 현지인 음악가 양성의 꿈도 꾸게 했다”고 감사기도를 올린다.

이들의 작은 나눔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씨와 김 씨 부부는 현지 어린이들이 ‘세쿨리 마리아 응석’ 학교에서 옥수수가루죽이나마 꾸준히 먹어가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들은 이웃들은 매달 용돈 중에 1만원, 월급 중에 2만원 등을 떼어내 알음알음 아프리카 후원금에 보태고 있다. 작은 정성이 얼마나 큰 열매를 맺게 하는지 체험한 덕분이다.

“하루 4만 원 정도면 어린이 100명이 죽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답니다. 현지인 단 한 명이라도 한국에서 음악교육을 받고 돌아간다면, 그곳에서 수백 수천 명의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수 있게 됩니다.”

지난해 11월말 ‘세쿨리 마리아 응석’ 학교 축복식에 앞서 모여든 지역 어린이들.
한국 후원자들이 보내준 악기들을 갖고 연습을 하고 있는 수도자와 수련생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사진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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