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잊혀진 시성의 그 날 - 103위탄생 1주년을 보내며

입력일 2015-04-06 17:36:54 수정일 2015-04-06 17:36:54 발행일 1985-05-12 제 145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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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6일은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봄날이었다. 이날 여의도광장에서는 감격과 환희의 함성이 마치 천지를 진동하는듯 했다. 바로 그날은 2백년 한국천주교회사에 있어 가장 영광스런, 최고의 경축일이었다. 우리의 신앙선조 1백 3명이 성인(聖人)으로 세계만방에 선포되는 날이었다.

그후 1년. 금년 5월 6일은 전국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비가 내렸다. 곳에 따라서는 때아닌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기상관측으로는 예년에 비해 여름이 한달가량 앞당겨지고 우리나라가 이동성 저기압권에 놓여 흐리고 비가 온다고 했다.

물론 날이 흐리고 비가오는 것은 기상학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위에서 운명하실 때『낮열두시쯤되자 어둠이 온땅을 덮어 오후 세시까지 계속됐다. 태양마저 빛을 잃었다』(루까23장44~45)는 성경작가의 기록을 익히 알고있다.

또 1981년 10월 18일 조선교구설정 1백 50주년 기념식때 많은 이가 직접 보고 사진으로도 남아있는 여의도상공의 대형십자가나 지난해 5월 5일 대구 시민운동장위에 나타난 해무리 등은 기상학적으로만 설명할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보여준 것이었다.

물론 그러한 현상들은 관찰자의 시각이나 마음자세 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해 그날과 올해의 그날을 구태여 일기를 들먹이면서 거론하는 본 뜻은 우리의 마음 가짐을 재점검해보자는데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03위 순교선조가 성인으로 선포되었다고해서 그분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영예도 없다. 그분들을 성인으로 선포한 것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우리가 구원받는데 큰 조력자들이 생겼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유익하고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우리에게 신앙의 귀감으로서 주어지는 것이며 우리의 강력한 전구자(轉求者)들이 된다는 점에서 공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분들의 삶을 배워 익혀 그 뒤를 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구원받는 길이 아니겠는가?

한국순교성인 103위 시성 1주년을 맞아 전국 각본당에서는 5ㆍ6일 미사를 성인들께 봉헌한 것의 별다른 행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교회가 5월 6일 미사한대 봉헌으로 시성 1주년을 그냥 넘겨버리고 만다면 그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특히 3백년교회의 앞날을 바라볼때 찌푸린 날씨만큼이나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한국교회의 정신적 지주(支柱)들인 우리의 성인들을 외면한채 그 교회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튼튼히 성장하리라고는 예측할수 없기때문이다. 그분들의 정신과 삶이 우리의 맥박에서 쉼없이 고동칠 때 우리 각자와 한국교회의 앞날도 기약할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103위 시성 1주년을 맞으면서 그동안 소홀히 취급해온 한국천주교회사 교육과 특히 순교로 점철된 한국선조신앙인들의 삶을 전국 모든 본당에서 빠짐없이 예비자 및 신자교육의 필수과목으로 채택할 것을 강력히 귄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