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로만 칼라와 빈 무덤」낸 최기석 신부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2-17 15:21:50 수정일 2012-02-17 15:21:50 발행일 1997-09-14 제 207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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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벗”
원주교구 최기식 신부가 1982년 10대 사건에 속했던「부산 미 문화원 방화 사건」의 전모를 밝혀, 화제를 낳고 있다.

광주항쟁 직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의 주범으로 수배 중이던 문부식 김은숙씨를 은닉시켰다는 죄로 자신도 옥고를 치뤄야 했던 최기식 신부가 쓴「로만 칼라와 빈 무덤」(기쁜소식)에는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이 책에는 당시 광주항쟁으로 수배 중이었던 김현장씨와 얽힌 이야기 등 암울했던 시대상 속에 교회의 역할을 가늠케 하는 최기식 신부의 솔직, 담백한 글들이 실려있다.

최기식 신부는『교회란 무엇이며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하고『이 사건 이후 수감생활을 하고 난 직후에 적잖은 사람들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선의의 선입견으로 어우러진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특별히 최 신부는『원고를 쓰면서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의 벗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가질 수 있었다』고 회고하고『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미사를 드릴 수도 없었던 감옥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한 섞인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현장에서 사제로서 진정한 힘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문부식, 김은숙씨 사건을 처음 접했던 1982년 3월 30일부터 그들의 자수, 최 신부 자신의 구속 등 그해 4월 5일까지의 일을 일지별로 소개하고 있기도 한 이 책에는 이 밖에도 그의 감옥에서의 생활, 인혁당 사건, 사회복지활동 등 사제생활 26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최 신부는 지금, 고통 받는 사람들의 한 섞인 울음소리가 터져나오는 현장에서 결심한 대로 의지할 곳 없는 장애아들의 손발이 되고 친구가 되어 그들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천사들의 집)에 온 힘을 쏟으며 한 사제로서 진정한 힘과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다.

「로만 칼라와 빈 무덤」은 그가 사제의 길을 준비하면서부터 언제나 화두처럼 껴안고 살았던, 「과연 교회란 무엇이며, 내가 신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며 동시에 어떠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스승의 가르침과 교훈 안에서 세속적인 행복이 아닌 참된 행복을 찾는 진실된 삶을 엿볼 수 있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