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새영화] 독재에 대한 통쾌한 우화 〈송곳니〉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12-27 05:02:00 수정일 2011-12-27 05:02:00 발행일 2012-01-01 제 277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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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억압에도 꺾이지 않는 자유
전 세계를 매료시킨 최고 화제작이 국내 상륙한다. 2009년 열린 제62회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함께 후보에 올라 대상의 영광을 거머쥔 영화 ‘송곳니’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리스 출신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감독이 제작, 연출, 각본을 맡은 영화 ‘송곳니’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자식을 철저하게 가둬 놓은 채 통제하고 있는 부모와 그들에게 길들여져 불만 없이 살다가 점차 자유를 갈망하게 되는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통해 통제된 삶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부조리한지 잘 보여준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송곳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송곳니가 빠져야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가르친다. 늙어 죽기 전에는 빠질 수 없는 송곳니, 이는 곧 집을 벗어날 수 없다는 엄포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무리 통제하고 억압하려 해도 인간의 자유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큰딸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충격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영화는 아버지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되는 한 가족의 모습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묘사한다. 독재와 억압에 대한 통렬한 풍자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통쾌함마저 전한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블랙 코미디의 요소를 찾아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다.

‘송곳니’의 수상 행진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스톡홀름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필두로 2010년 더블린 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2010년 브리티시 인디펜던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영화제에서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