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올해 50세 된 남자입니다. 세례를 받은 지는 2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매 해 맞이하는 사순과 부활절이지만 그동안 보냈던 뜻깊은 사순과 부활절의 기억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첫번째 사순절 때의 일입니다. 그저 그런 생활로 지내던 중에 어떤 신부님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분이신데 사순절에는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금단 현상으로 고통을 받으시면서도 사순 기간 동안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아! 나도 무엇인가 의미있는 사순절을 지내보자』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마음 먹고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기간 내내 고통의(?) 금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부활 자정미사를 마치고 와서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하는 기쁨으로 같은 반 형제들과 심야의 부활파티를 열었습니다.
그 후 또다시 사순절이 시작되었을 때 아무도 모르게 금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당시 하루에 한갑에서 한갑 반 정도를 피울 때니까 적게 피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사순절을 보내고 부활절을 맞이하였고, 담배값을 모아서 사회복지시설에 후원금으로 보내고 나올 때 그렇게 기쁘고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었습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금연 중이고 나눔은 계속되고 있으니 나는 건강해서 좋고 사랑도 나누고 있으니 그날의 부활을 그날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부활의 기끔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세번째 사순절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성서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머뭇거렸는데 본당에서 성서필사를 시작하자는 말을 듣고 『우선 신약성서만이라도』하는 마음을 먹고 재의 수요일에 성서 필사라고 하는 장정에 나섰습니다.
신약성서를 다쓰고 이왕 시작한 것 구약성서까지 다 써보자는 생각에 그해 부활절을 지나 계속 성서 필사에 매달렸습니다.
카센타를 하고 있는 저는 손님이 없는 시간은 전부 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필사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은 편이었기에 일하고 손씻고 성서쓰고, 손님이 오면 또 일하고, 더러워진 손을 닦고 성서쓰고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다음해 사순절을 맞이하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사순절이 끝나는 부활대축일 전날 저녁에 신,구약 성서필사를 마치게 되었고, 그날 밤 참석한 부활 자정미사는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뿌듯함과 큰 기쁨의 부활절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거실 한 쪽에 자리잡고 있는 빨간 색의 성서 필사노트를 보면서 그날의 기쁨을 다시 느끼면서, 신·구약성서 필사로 주님의 말씀을 익혔으니 그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 주님을 기쁘게 해드려야겠구나하는 각오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