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서품식에는 세 종류의 비표가 있다. 빨강표, 파랑표, 그리고 재입장권이다. 가까스로 얻은 빨강표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서품식장인 정자동주교좌성당 5층에 올라갔지만, 이미 빈자리는 찾아볼 수 없다. 파랑표를 얻은 이른바‘천국행’ 신자들은 3층에 마련된 넉넉한 자리에서 기쁨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재입장권은 화장실에 갈 때 필요하다.
누구를 위한 서품식인가. 물론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일 것이다. 그러나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던, 측은지심으로 고름과 상처를 만지시고 보잘 것 없는 이와 함께 음식을 나눴던 예수님이다. 그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자리인 서품식의 그늘진 뒷면이 과연 어떠한가를 한 번쯤 살펴봐야 할 것이다. 먼저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파견될 일꾼들이 탄생하는 자리부터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가장 아름다워야 할 서품식에서 자본주의의 부와 지위로 인해 점점 계급화되어가는 이 시대를 대변하는 듯한, 중세교회 때의 수직적 계급 형성 모습이 비쳐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 시대 하느님 나라를 위해 보편적 평등의 실현을 바라며 목숨까지 바치신 한국 순교성인들의 표양과 마음이 아쉽다.
성직자는 교구민의 기도와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서품식은 교구민을 위한 축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서품식이 소수의 축제가 아닌 전 교구민의 큰 잔치이자 열린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현장체험 학습을 한 어린이, 청소년들이 좋은 사제로 성장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멋모르고 서품식에 왔다가 ‘안됩니다’라는 거절을 겪은 후, 평생 서품식이라면 냉랭하게 외면하는 신자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라며 지레 포기하고 돌아서는 쓸쓸한 뒷모습이 있다. 잊어서는 안 될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