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 신부와 의료진ㆍ은인 3위 1체의 승리

입력일 2011-05-10 13:54:40 수정일 2011-05-10 13:54:40 발행일 1982-03-07 제 129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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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라든 손가락과 굳은 팔이 펴졌어요”
선천성 관절만곡증 윤인복 양
5차레 대수술 끝에 새삶
새 자유얻은 양팔 물리 치료…글씨도 써
오그라든 손을 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이 오늘에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쾌거였다.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했던 어린이를 고쳐보겠다는 한 사제의 용기와 집념,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충실한 선의의 의사들과 독지가들의 노력이 하나를 이루어 만들어 낸 이 기적은 선천성 불구로 양팔을 못쓰던 윤인복(데레사ㆍ13세)양의 오그라든 손과 굳은 팔에 새 힘을 주었다.

관절 만곡증이라는 선천성 장애로 양팔을 못쓰던 인천 송도본당(주임ㆍ박찬용 신부) 윤인복 양은 희박한 가능성에 도전한 사제와 뜻있는 신자 그리고 선의의 사람들의 일치된 도움으로 지난 해 5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거쳐 새로운 삶을 약속 받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쳐 볼 생각도 못하던 윤양이 치료를 받게 된 것은 지난 해 2월경. 송도본당의 신설과 함께 부임한 주임 박찬용 신부가 10리 길을 걸어 매 주일 아동 미사에 참석하는 윤양을 발견하고 나서 부터이다. 양팔과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지만 항상 밝고 명랑한 윤 양은 4학년 때에는 조선일보 주최 아동 미술 대회에 입선하는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10년전 병환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1남 3녀 중 막내인 윤양의 가정 형편은 할아버지와 홀어머니가 논 몇마지기를 부치는 정도로 윤 양의 팔을 고쳐 볼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었다. 이와 같은 윤양의 가정 형편 때문에 곧 사춘기에 접어 들어 성인이 될 윤양의 치료를 늦출 수는 없다고 판단한 송도본당 주임 박찬용 신부는 3월부터 부평 성모자애병원에서 치료 가능성을 타진했다.

부평 성모자애병원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지만 이 병원 물리치료사 김정란 양의 소개로 한 가닥의 희망을 안은 박 신부와 윤 양은 재활의학계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 고대 부속 병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6월 고대 병원 재활 의학과 오정희 과장의 주선으로 정형외과 소와과 등 관련 분야 의사들이 면밀한 종합 진단을 한 결과 수술과 물리 치료로 고칠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시기를 놓치면 영영 불구가 될지도 모르는 어린이의 장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나가된 고대 병원 담당의사들은 윤 양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치료를 맡아줬다.

그러나 겨우 마련한 1백만 원으로 7월 20일 입원을 마친 윤양은 영세민 증명도 받지 못한 채 일반 환자로 지불해야 할 1천만 원의 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었었다.

또한 치료 도중 발견된 심장병과 허약체질 때문에 치료 기간에 차질이 오기 시작하여 의료진을 애태웟다.

그러던 중 81년 7월 서울 역촌동본당(주임ㆍ김창석 신부)에서 신자 피정을 지도하던 박찬용 신부는 윤 양의 딱한 사정을 신자들에게 호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불구의 어린이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제를 돕겠다는 독지가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이영수(토마스) 씨 등 역촌동 본당신자들은 사회속에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던 것.

재활 의학과 오정희 과장, 정형외과 이홍건 과장과 담당의 박상원, 변영수 씨, 소아과 최평화 교수 등 고대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와 역촌동본당 신자들의 숨은 노고로 지난 1월 18일 퇴원한 윤인복 양은 부평성모 자애 병원에서 향후 6개월간의 물리 치료를 무료로 해주기로 하여 경사가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