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원래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백성이다. 산해진미를 차려놓고도『아무것도 없으나 많이 잡수십시오』하고 머리를 숙이는 것이 우리의 습성으로 되어왔다는 이야기이다. 다지고보면 불합리한 것 같으면서도 무엇인가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행동양식인것 같다. 이러한 생각、이러한 행동은 우리국민의 고유한 것이고、될 수 있으면 오래 간직하고 살아갔으면하고 생각되는 것중의 하나라고하겠다. 우리국민은 또 자기자식이나 아내를 자랑하는법도 없다. 만약 그러한 자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못난이의 하나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자식이 공부를 잘하여 아무리 어려운 시험에 합격을 해도 부모는 으레히『뭐、 그놈이 무슨실력이 있겠습니까. 운이 좋아서 합격이 되었겠지요』하면서 겸손미덕을 보이는 것이 하나의 상식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지 우리국민은 자기자신을 크게 선전하는 과대망상증에 걸리게 된거같다.『내가하는 사업이 제일 훌륭한 일』이고『내가 만드는 상품이 가장우수』하고『내 고장이 전국에서 제일 훌륭』하고『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이고 하는 등의 생각이 바로 그것이 다하기야 사람이 자존심을 갖는다는 것은 조금도 나무탈것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일 이기도 할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각이 상식을 이탈할때는 문제가 있다. 문제가있다고 하는 것보다 일종의 광기(狂氣)로 까지 보일 수 조차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항상 경쟁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경쟁자들을 의식하다보면 자기사업을 높게 평가 재주도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래서 선전과 광고가 필요하게 된것이다. 그래서 또 선전과 광고를 하다보면 그것이 정도를 초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이 우리나라 선전이나 광고실태를 보면 일대 반성을 요하는 점이 허다하다는 나의 생각이다. 동양 굴지 세계 제일급을 운운하는 사업이나 상품선전을 서슴치 않고 함은 물론이고 그 사업체장(長)의 사진을 크게 게재하여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듯 한 것조차 적지 않은 것 같다. 과연 이러한 과대망상은 용납 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돈을 내서 내가 광고를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항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연 도의적인 문제가 개재될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자본금 천만 원도 못되는 회사가 대한(大韓) 무슨무슨 회사라고 대문짝만한 간판을 전후좌우로 걸어놓고、설렁탕이나 냉면파는 식당이 한국 무슨무슨 회관이라고 네온싸인을 달아놓고、 연필이나 공책파는 구멍가게가 세일(世一) 즉 세계제일가는 문방구상회라고 세로쓰기 가로쓰기로 간판을 둘、셋씩 달아놓는 이러한 심리상태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기만、 과대망상의 선전은 언제나 플러스 효과보다 마이너스효과를 더 많이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될 것이다 전국제일 동양제일 세계제일을 목표로 사는 것이 나쁘다는 것 이 아니다. 왜 좀더 현실을 중요시하고 현실에 입각한 생각을 하지않고 구름잡는 생각을 하지않고 구름잡는 생각에만 몰두하는가 알수가 없다. 초등학교 다니는 자기자식보고 장래大統領이되라고만 가르치는 것이 허왕된 풍토를 좀 고쳐서 성실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이룩해야 되겠다는 것 이 나의생각이다.
지금까지 서울 심양동본당 주임 呂형구 신부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주부터는 이화여대대학원장 이건호 교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