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외신종합】가톨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이 교회 구성원들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공개적으로 용서를 청하는 예식을 거행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3월 12일 「용서의 날(Day for Pardon)」을 맞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사순 제1주일 미사에서 교회 분열, 유다인과 타종교인에 대한 박해, 여성에 대한 억압과 원주민들에 대한 폭력 등 지난 2000년 동안 교회 구성원들이 범한 과오들에 대해 잘못은 인정하고 하느님에게 용서를 청하는 예식을 거행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우리느 그리스도인들 안에 야기된 분열, 진리의 이름으로 행한 폭력, 그리고 다른 종교인들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에 대해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진리의 이름으로 행한 폭력」이라는 구절은 종종 중세 종교 재판에서 이교도들에 대한 박해, 십자군 전쟁, 폭력을 동원한 원주민들의 개종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사순절을 나타내는 보라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1만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은 7명의 다른 고위 성직자와 함께 교회의 과오들에 대해 고백하며 『우리는 용서하고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이나 집단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도에서 5명의 추기경과 2명의 주교가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고 교황이 매번 이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과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예식에서는 유다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예식에서는 일반적인 죄, 진리에 대한 봉사에 있어서의 죄, 그리스도교 일치를 저해한 죄 유다인 박해, 사랑·평화·문화를 존중하지 않은 죄, 여성과 소수민의 존엄성을 훼손한 죄, 인권을 소홀히 한 죄 등 모두 7가지의 교회 과오에 대해 용서를 청원했다.
한편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예식에 앞서 최근 『교황의 용서청원은 하느님으로부터의 용서를 청하는 것이지 특정 집단을 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