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에서 사랑의 전파 발사
『아빠 손을 잡고 온 꼬마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돈을 꺼내 모금함에 넣을 땐 이 일을 벌이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탄을 전후한 12월 23~26일 국내 최대의 컴퓨터 도매상가인 용산 선인프라자에서는 훈훈한 장면이 이어졌다.
푼돈이라도 아끼기 위해 먼길도 마다 않고 전자상가를 찾은 고객, 한푼이라도 더 벌려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공강의 웃음과 따뜻한 사랑이 교차하고 있었다.
입점상인들의 모임인 선인컴퓨터상우회(회장=안동환)가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산타대축제에는 푼돈도 아까워하던 고객들의 성금이 하루 100만원 이상씩 꼬박꼬박 쌓여 식지 않은 사랑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천년기를 의미있게 맞이하고자 고민하던 상우회 회원들이 불우아동들을 돕고자 마음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말. 매년 연말이면 고객을 위해 베풀어 오던 사은잔치를 좀더 뜻있는 자리로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은 이들은 본보 보도(10월 10일자)를 접하고 신선비군 등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의 수술비를 돕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태기 시작했다. 1300여 입점 상가들이 컴퓨터용품을 매일 경매에 내놓은 것은 물론 노력봉사도 마다치 않아 적잖은 성금이 쌓였다.
『낙찰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모듬함에 넣고 가는 고객들을 보면 IMF다 뭐다 해도 서민들의 마음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흘간의 장을 잡으며 2000년을 새롭게 맞이한 이들의 얼굴에서는 병을 앓고 있는 아동등보다 자신들이 더 큰 용기를 얻은 양 뿌듯함이 넘쳐흘렀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