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에 과연 평화가 올 것인가. 지난 4월 7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 인근의 리키사에서 친정부 무장 민병대가 성당에 폭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 25명 이상이 죽는 등 동티모르 사태가 파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평화협정이 체결돼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딜리(동티모르)=UCAN】지난 4월 21일 동티모르 분쟁의 양 당사자인 민병대와 독립 지지세력이 적대감과 위협, 테러를 종식시키기 위한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일단 평화 회복을 위한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민병대와 독립지지파 지도자들은 이날 벨로 주교의 관저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군 사령관과 국민인권위원회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쟁 당사자간의 모든 적대 위협 테러 촉력행위의 중단 △평화체제 구축 위한 만남 △모든 동티모르인에 대한 안전 보장 등 4개 항을 담은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
서명 후 협정체결 대표들은 『폭력이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타당하고 총체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한 노력을 방해할 것』이라며 『동티모르에 안전하고 평화스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번 협정을 통해 양측은 대표들이 참가하는 평화와 안정위원회를 설치, 협정의 이행을 감시해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협정 당사자로 참관했던 벨로 주교와 나스치멘토 주교는 정부가 마련한 이 문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교회측 대변인인 도밍고수 신부는 『주교들과 교회 인사들은 협정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수차례 체결됐다 깨진 양측간의 협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리키사 폭탄사건과 관련해 동티모르를 관할하는 인도네시아 주둔군 사령관 수라트만 대령은 『주민 12명이 살해됐지만 현재 질서는 잡혔다』며 사건의 진상을 명쾌히 밝히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민병대 요원도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아왔다.
오는 7월 유엔 감시하에 자치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동티모르는 평화체제가 정착되지 않는 한 투표 실시 자체가 불투명한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포르쿠갈령이었던 동티모르는 지난 75년 인도네시아의 침공을 받고 76년 강제합병된 이후 인구 80만명 중 20만명이 사실상 내전의 갈등 속에서 희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