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성경쓰기를 시작한 것은 어느 날 평일 미사 후 성경을 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것으로 하느님께 시간의 십일조를 드리겠다는 약속의 기도를 드린 때부터입니다. 성물방으로 가 조용히 필사노트를 달라던 나는 조금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었습니다. 정말 성경을 다 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낮에는 시간이 없어서 밤에 썼습니다. 노트를 펴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과 같은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탄생 수난과 고통을 보면서 그 탄생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었고, 예수님의 고통이 내 고통이 되어 온 몸이 아픔과 쓰라림을 맛보았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보며 나의 신앙이 점점 깊이 빠져 들어감을 느꼈습니다.
신약성경을 다 쓴 노트를 들고 신부님께 “신부님, 저 신약성경 다 썼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형제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는 격려 말씀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느낄 수 없는 기쁨이지요. 신자들 앞에서의 축복장 수여식 후 주위에서 “형제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성경을 다 쓰셨어요?”라면 얼굴이 달아올라 빨리 그 자리를 빠져나오곤 했습니다.
다시 구약성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구약성경을 펴놓고 “이거 참, 언제 다 써? 그러나 주님, 처음부터 끝까지 변치 않게 해 주십시오.” 성경을 쓸 때의 고통 기쁨이 엇갈리며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지요. 구약성경을 다 쓰고 교구장 축복장을 신학교에 가서 받을 때 그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주님 나에게 이런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성경필사는 신부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 성당 건축에 여러분께서 벽돌 한 장씩 봉헌하십시오”라며 성경필사를 말씀하심에 따라 시작했습니다. 나의 성경필사와 기도가 성당 건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는 기쁜 마음의 우리 반월성 신자 공동체의 성경필사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새 성전을 갖는다는 기쁨과 반월성 성당이 우뚝 솟아오를 그 날을 기다립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