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방북 이모저모

평양에서 이윤자 국장
입력일 2009-06-25 01:40:00 수정일 2009-06-25 01:40:00 발행일 1998-05-31 제 210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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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몰고올 수는 없지만…”
분단 50여 년 첫 사목적 방문…감격의 눈물
「휘파람」 「고향의 봄」 합창하며 동족애 확인
만경대서 만난 아동들 모습 북 식량난 짐작
지난 15일부터 7박 8일간 북한지역을 방문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최창무 주교 등 민화위 방북단은 장충성당 신자들의 따뜻한 환대속에 신앙안에서 한형제됨을 확인하고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직접 확인했다.

최주교는 특히 분단 50년만에 한국주교로서 최초의 사목적 성격의 방문을 통해 신자들에게 그리스도 사랑안에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할 것을 강조하는등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최주교는 한마리의 제비가 봄을 몰고 올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 함께 한다면 우리가 그 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민화위 일행은 장충성당에서 장충성당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평양출신 유정률 성인 유적지와 금강산을 돌아보는 한편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해 통일을 조속히 이룰 것을 기원했다.

17일 감격의 주일미사

■ 최창무 주교와 오태순 신부, 이기헌 신부 등 우리측 성직자들과 민화위원들은 주일인 17일 예정시간보다 20여 분 늦은 오전 10시 20분 장충성당에서 1백3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감격적인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검정색 투피스를 입은 9명의 여성 성가대와 신자들이 입당성가 304장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를 부르는 가운데 장백의를 입은 류덕희(모세) 평협회장과 차성근(율리오) 장충성당회장을 선두로 최창무 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이 입장했고 말씀의 전례에 앞서 이기헌 신부는 장충성당 신자들이 온전히 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참회예절을 주재.

이신부는 『고백성사를 볼 수 없는 특별한 경우 교회는 공동사죄를 허락하고 있다』고 참회예절의 의미를 설명한뒤 천주 십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신자들이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며 최주교는 신자들과 함께 주의 기도를 바친뒤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한가지씩 하라』고 일괄보속을 주었다.

최주교는 이날 강론에서 『남한에서도 지금 같은 시간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고 소개한뒤 『너희들이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은 예수께서 세상을 떠나기전 제자들에게 하신 유일하고 간절한 소망이었다』고 말하고 『형제들끼리 일곱번씩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했다』며 화해와 일치를 강조했다.

이날 미사중 장충성당 신자 3명과 우리측에서 조광위원이 「장충성당 신자들을 위해」 그리고 이윤자위원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각각 신자들의 기도를 봉헌했으며 영성체 시간에 130여 명 전원이 영성체를 하는 바람에 성체가 부족, 성체를 쪼개어 분배했으나 그것도 모자라 민화위원 일부는 성혈만 영하기도 했다.

미사후 신자들은 최주교를 비롯한 민화위원들과 일체 접촉을 하지 않은채 일제히 귀가했으며 신자들 가운데는 어린 학생이나 20대 청년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남측 지원에 감사”

■ 장재철 위원장을 비롯한 조선천주교인 협회는 15일 저녁 장충성당내 천주교인 협회건물 2층에서 최주교를 비롯한 민화위 방북단을 위해 4시간 동안 환영만찬을 베풀고 민화위가 최근 옥수수 3천 톤과 비료 2천 톤을 지원해 준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장위원장은 『어려울 때 도와주는 민화위에 대해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에 보내준 옥수수는 대단히 품질이 좋았으며 안중근 의사의 유적지인 청계리주변 5개리에 1백톤 씩을 주었으며 지학순 주교의 고향인 평양 중화지역에도 옥수수를 배포했다』며 천주교와 관계되는 지역에 배포했음을 거듭 강조.

지난 95년 뉴욕과 97년 북경에서 이미 만나 거의가 구면인 양측은 술이 몇순배 돈뒤 곧바로 노래자랑에 들어가 남측의 이기헌 신부등이 북한에서 유행하는 「휘파람」과 우리노래 「사랑을 위하여」를 부르자 북한의 김유철 국제부 부부장이 김민기 곡 「아침이슬」과 「고향의 봄」으로 답했다.

북측은 이날 만찬에 백두산 들쭉술과 송화송편, 기주떡, 룡성맥주, 룡성단물, 닭요리 등 북한식 요리로 대접.

유정률 성인 유적지 등 찾아

■ 최주교 일행은 16일 오전 북한 천주교인 협회가 주선한 만수대 혁명기념관과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를 관람한데 이어 17일에는 평양 대동강 쑥섬사적지, 18일에는 단군 왕릉과 동명왕릉과 귀로에 유정률 성인의 유적지인 평양여포구역 대현리를 둘러보았다.

김주석 생가인 만경대를 관람하는 도중 관람 순서를 기다리는 1천여 명의 인민학교 고등중학교 학생들은 따뜻한 표정으로 최주교 일행에게 『안녕십니까』라고 인사했으며 최주교 일행은 이들을 인솔하고 온 교사들에게 『우리는 남에서 온 천주교 신자들』이라고 소개하고 순서를 안지키고 먼저보고 가게돼 미안하다고 인사.

어린이 놀이시설인 만경대 유희장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대체로 발육상태가 부진해 보여 북한의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케 해주었다.

18일 동명왕릉을 돌아보던중 안내원 이명화씨와 주민 정덕송씨(55)는 『남조선 천주교회가 보내준 옥수수를 감사히 잘 받았으며 옥수수 품질이 상당히 좋다』고 인사. 이날 귀로에서 최주교 일행은 고속도로변과 일밭으로 변해있는 「평양 1백리 과수원」 지역의 유정률 성인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성인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기도.

차성근 장충성당 회장은 『해방전에는 대동군 율리면 답현리(논재골)였으나 47년에는 중화군 율리면 답현리로, 60년에는 여포구역 대현리로 행정구역이 계속 바뀌었다』고 설명한뒤 『유정률 성인이 살았던 곳이 이 지역이라는 것만 알지 그 집터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부연. 차회장은 이어 『전에는 논이었다가 70년대 후반 평양-원산간 고속도로가 나면서 집들이 헐리고 현재는 「백리 과수원」 지역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오태순 신부 감격의 눈물

■ 최창무 주교를 비롯한 민화위 일행, 5명은 15일 낮 1시 10분 중국북방항공(CJ)106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선발대로 5일 먼저 북에 들어갔던 민화위 상임위원장 오태순 신부, 서울대교구 교육국장 이기헌 신부와 감격적인 포옹을 했으며 오신부는 분단 50년만에 사목적 방문을 하는 최주교를 맞으며 감격에 겨워 시종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최주교는 공항까지 영접나온 조선천주교인 협회 장재철 위원장, 장충성당 차성근 회장, 부위원장 최영남, 서기장 겸 조직부장 강지형 등 7명으로부터 환영과 함께 꽃다발을 받고 1층 공항귀빈실로 안내를 받았으며 4대의 벤츠 승용차에 분승해 공항에서 20km 떨어진 평양 서재동 초대소에 여장을 풀고 8일간의 평양일정을 시작했다.

최주교 일행은 이날 오후 5시 25분 평양시 선교구역에 위치한 장충성당에 도착, 미리 기다리고 있던 50명의 남녀 신자들로 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성당에 들어가 무사히 안착한데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특히 최주교는 제대에서 3분여 동안 감사의 기도를 드린뒤 민화위 일행과 함께 주모경을 바치고 위원들에게 장복을 주었다.

이에 앞서 최주교는 평양 대련공항에서 류덕희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회장등 방북단 본진과 함께 주모경을 바치고 위원들을 강복, 기도속에 평양방문을 준비하도록 이끌었다.

원산 가는 길에 금강산도

■ 최주교 일행은 19일 오전 옥수수 분배지역중 하나인 원산지역을 거쳐 금강산으로 향발했으며 평양-원산 고속도로 100여km를 달려 강원도 도청소재지인 원산에 도착, 해당화로 유명한 원산해변과 관광지로 유명한 송도원을 찾아 책임자로부터 이 지역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강원도 위원회 리영길 부국장은 최주교 일행이 오찬장소인 동명여관에 도착하자 정문에서 영접, 『법동군을 비롯해 5개지역이 남측 천주교가 보내준 강냉이를 잘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달.

최주교와 일행은 이날 오후 금강산에 도착, 금강산호텔에 여장을 풀고 4일간 「만물상」과 「구룡폭포」등 금강산의 비경을 돌아보며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남쪽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금강산을 볼 수 있기를 기원했다.

특히 민화위 일행은 북측 관계자들에게 금강산과 설악산을 관광특구로 묶어 남측에 개방을 하면 현재 북한의 어려운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고 북측도 이에 동감을 표시했다.

◆장충성당 전면엔 성화가

■ 평양시내 선교구역에 위치한 장충성당은 북한의 유일한 성당으로 지난 88년 10월 20일 교황사절로 북한을 방문한 장익 주교가 봉헌식을 주례한 건물. 건평은 151평에 250석 규모인 장충성당은 대지는 1,360평으로 최근 북한당국으로부터 옆의 땅을 추가로 얻어 텃밭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성당내 전면벽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양떼를 이끄는 성화(이탈리아에서 구입)가 걸려 있고 좌측 벽에는 독일에서 기증받은 성모마리아 성화가, 우측에는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요셉성인화가 걸려있다. 당초 전면벽에는 김일성주석을 상징하는 태양 그림이 걸려 있었으나 방북 신부들의 설명을 듣고 바꾸었다는 후문.

우측 하단에는 지난 4월 박창득 신부가 방북시 기증한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소속 최봉자 수녀가 제작한 30㎝ 높이의 성모상이 모셔져 있었으며 제대 양측에 지난 88년 동 베를린의 요셉성당을 보고 만들었다는 촛대에 12개씩의 전구가 켜 있었다. 성당 천장에는 3개의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으며 양옆에는 노랑 초록 빨강색의 색등으로 장식.

장충성당 차성근 회장은 『음향시설이 있으나 고장이 나서 사용할 수 없었다』면서 『음향시설과 추운 겨울에 대비한 난방기, 그리고 교우들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장충성당은 성당건물과 2층건물로 된 사제관, 그리고 조선천주교인 협회가 사용하는 2층건물 등 3개의 건물로 이뤄졌으며 최주교 일행이 조선천주교인 협회 내부를 보자고 요구하자 열쇠가 없다며 공개를 미루었다.

평양에서 이윤자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