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물 통합 관리 토대 마련
수원교구 건설본부 설립이 구체화되면서 앞으로 교회건축의 패러다임이 바뀔 전망이다.
그동안 성당 신축이나 오래된 건물의 리모델링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교회건축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교구가 전문인력활용을 본격화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건설본부(본부장 최중인 신부)를 설립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당을 비롯한 교회건축물을 새로 지을 때 담당신부와 신자들이 주축이 돼 설계도면 및 시공업체 선정은 물론 성당이 완공될 때까지의 과정을 도맡아 처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부들이 건축에 대해 생소하기 때문에 신자들의 의견을 따르거나 공사업자들의 의견에 따라 추진하기 십상이다. 간혹 주변의 다양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몇몇 사람들의 뜻대로 공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기도 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신축공사는 시간과 공간, 금전 낭비로 이어지기도 해 예정됐던 완공일보다 늦어지거나 2차 보완공사가 필요한 경우를 낳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시공업체의 부도 등으로 건립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리모델링의 경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본당은 그간의 개보수 공사 이력이 남아있지 않거나, 이력을 보관하고 있더라도 당시 공사 범위와 공사 중 특이사항, 즉 가스관을 어디에 묻었는지 자투리 공간을 왜 남겼는지 등 세세한 부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이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분적인 개보수가 필요한 공사임에도 전체공사에 들어가거나,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그간 교회 내에는 교회 건축 전문 인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왔다. 지난 7월 수원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 실시한 ‘하반기 본당총회장 연수’에서 본당 총회장들이 교구장 최덕기 주교에게 성당 신축시 자문해줄 수 있는 건설본부 설립을 요청한 것이 그 예다.
현재 많은 교구에서 교구 산하의 건축위원회를 두고는 있지만 신축성당의 설계도면을 심의하는 역할만 할 뿐 그 외의 지원이나 관리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체계적인 건축 자문을 담당할 건설본부의 설립이 요구돼왔다.
이번에 수원교구에서 발족해 체계를 갖춰가는 건설본부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5월 본부장 발령을 시작으로 현재 직원채용 단계를 밟고 있는 건설본부는 인사체계가 확정됨과 동시에 직원 연수를 거쳐 늦어도 올해 안에는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으로 건설본부가 맡게 될 일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교회건축물(성당, 복지관, 수련원 등 교회에서 운영하는 모든 기관의 건물) 신축 혹은 보수와 관련된 시공에 대한 관리 감독이며, 두 번째는 교회건축물의 이력 관리다.
이에 따라 수원교구 내 교회기관의 신축 및 보수 공사 때는 해당 기관 관계자 6명, 건설본부 관계자 4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건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위원장은 기관장이 맡아 공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결재를 담당할 예정이다. 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건설본부 관계자는 계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설계, 입찰, 시공업체 선정 등 모든 시공과정을 관리 감독하게 된다.
이 뿐 아니라 완공 후 건물의 유지·보수 및 철거까지 철저한 책임감독제를 적용해 앞으로 교회 건축물의 이력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담당할 계획이다.
건설본부 설립에 대해 한 신부는 “건설본부와 같은 역할의 기구에 대한 선례가 없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교회건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건설본부장 최중인 신부는 “보통 성당을 짓게 되는 과정은 비슷비슷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 성당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게 되는 신부님들에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면서 “건설본부 설립을 통해 교구 차원의 교회건축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본부장 최중인 신부 인터뷰
“건축 노하우 본당, 기관에 전수”
“교구 내 많은 성당들이 70~80년대에 지어진 것들이라 리모델링이 필요하고, 신설 본당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수원교구의 특성상 이전부터 꾸준히 건설본부의 필요성이 논의돼 왔습니다.”
수원교구 건설본부장으로 임명된 최중인 신부는 건설본부 설립 배경부터 설명했다. 본당사목을 하며 두 개의 성당을 리모델링한 경험이 있는 최신부는 자신의 경험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 성당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당을 하나 짓고 나면 준전문가가 되죠. 노하우가 생기고 나면 자투리 공간 활용법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건설본부는 앞으로 그런 노하우를 본당 및 기관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최신부는 건축전문가다. 사제품을 받은 후 교회에 꼭 필요할 분야다 싶어 개인적 관심으로 시작한 건축공부가 이제 박사논문만 남겨놓고 있다. 그밖에도 건축시공특급기술자, 안전관리책임기술자, 건설사업관리자(CMr, Manager of Construction Management) 등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최신부는 이러한 전문 지식들을 그동안 본당에서 사목해 오며 느꼈던 경험들과 접목해 교회건축물 건설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최신부는 건설본부가 체계를 잡고 궤도에 올라서면 시행할 여러 가지 기획에 대해 입을 열었다.
“건축에 관심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회건축공모전을 열 예정입니다. 교회건축과 관련된 학회나 관련 모임들도 운영해 지속적인 연구와 학문정립에도 힘쓰겠습니다. 또 건축을 공부한 성직자,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단위의 모임도 만들고 싶습니다. 그들이 모여 교회건축의 방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제 꿈입니다.”
사진설명
교회건축은 비슷한 과정으로 진행되지만 담당신부·신자 모두 건축에 생소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원교구는 교회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건설본부'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