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은 스스로 삶을 개척했다”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활동
남편 기 살리고 자녀교육 힘쓰며 자기 계발, 자아 실현한 여성
사임당(師任堂) 신씨(1504~1551). 율곡 이이(1536~1584)의 어머니로, 조선중기 여류 서화가다. 효성이 지극하고 지조가 높았으며 어려서부터 경문을 익히고 문장, 침공, 자수에 능했다. 특히 시문과 그림에 뛰어나 여러 편의 한시 작품이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그는 현모양처의 귀감이 되는 우리 겨레의 영원한 어머니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빛나는 생애는 오늘날 단편적 정보 외에는 속속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 율곡 선생이 16세에 떠나보낸 모친을 그리워하며 남긴 사임당의 일대기 ‘선비행장’ 한 권이 전부다.
한 술 더 떠, 우리 사회 일부 여성들은 신사임당을 ‘공공의 적’으로까지 치부해왔다. ‘일과 육아’라는 짐을 함께 지고 있는 현대 여성들에게 사임당의 ‘현모양처’ 모델은 그리 탐탁지 않았을 터.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 소설가 안영(실비아, 68)씨가 신사임당의 삶을 제대로 조명해 보겠다고 나섰다. 소설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위즈앤비즈/309쪽/1만원)을 통해서다. 때마침 신사임당이 5만원권 신권지폐의 초상인물로 선정되며 분위기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안영씨는 지난해에도 신사임당의 생애를 소재로 한 소설 ‘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을 펴낸 바 있다.
안씨는 이번 새 소설을 통해 “신사임당은 가부장적 사회에 순응한 고루하고 케케묵은 여성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주어진 환경과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 굴복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인물”이라는 것. 이는 그 동안 ‘현모양처’로만 인식돼온 신사임당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이다.
안씨가 소개하는 신사임당의 비전은 크게 3가지로 함축된다. 첫째, 남편의 기를 살리고 그의 능력이 발휘되도록 할 것. 둘째, 자녀의 지성계발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이 최고로 이뤄지도록 할 것. 셋째, 나 자신을 가장 우선순위로 해 자기계발을 할 것 등이다.
책은 역사적인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하면서 신사임당만의 ‘남편 기 살리기’, ‘태교 비법’, ‘자녀 인성 교육법’, ‘자아실현에 대한 열정’ 등에 대한 노하우도 함께 실었다.
소설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신사임당의 고향인 강원도를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하는 저자의 필력도 돋보인다. 책장 곳곳에서 묻어나는 강원도의 수려한 풍경들과 토속 음식을 맛깔스럽게 그려낸 대목들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덤이다.